며칠전 전화기 한대를 사려고 뉴욕근교의 전자제품 가게에 들렀다. 미국제품을 사야되겠다고 마음먹고 한참 찾다가 42달러짜리 제너럴 일렉트릭사 제품을 발견했다. 물건을 살펴보고 있노라니 50대의 점원이 나타나 『도와줄 일이 있느냐』고 수작했다. 『이 전화기 성능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좋기는 한데 이게 훨씬 나을테니 권하겠다』며 다른 전화기를 보여 주었다. 일제 파나소닉 제품이었다. 값도 꼭같이 42달러였다. 같은 값에 성능도 낫고 모양마저 훨신 세련된데다 점원까지 권하는 판이니 일제전화기가 팔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이 미·일 경제전쟁의 성적표이다.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현실을 안고 지금 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아시아를 찾아간 부시 대통령에 쏠리는 미국민의 관심은 호주도 싱가포르도 한국도 아니다. 일본이다.
선거의 해를 맞는 미국은 자신의 경제력을 잠식하고 태평양 지역의 리더십을 갈망하는 일본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는게 역력하다. 두나라 모두 입으로는 태평양시대의 동반자임을 공언하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최고 경영자 20명을 이끌고 일본시장을 개방시키려고 서글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시장 개방으로 과연 미국병을 치유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더 많다. 어떤 의미에서 미국은 속죄양을 찾고 있는 인상이 짙다.
미일의 갈등속에서 한국의 행로는 험난할 것 같다. 한국은 미국처럼 엄청난 무역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일본보다도 견디기 힘든 시장개방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미국의 쇼핑센터에는 한국상품이 차지했던 자리가 중국제로 꽉 차있다. 섬유류가 그렇고 신발류가 그렇다. 완구 전기제품도 온통 「메이드 인 차이나」다. 매장에서 한국제품은 사라지는데도 미국은 한국을 경제파워로서 반갑지 않은 대접을 해주려 벼르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한국정부는 부시에게 어떤 선물을 주게될까.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대가는 오래가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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