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속깊고 고지식함 지녀”과천 서울대공원의 원숭이사육사 이길웅씨(50)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원숭이 박사」이다.
27년간 원숭이와 함께 살아온 이씨는 『원숭이만큼 편견을 받고 있는 동물도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재수없다』는 평가는 원숭이의 뛰어난 재주를 시샘하는 인간들의 좁은 소견탓이라는 것이다.
이씨가 아는한 원숭이처럼 착하고 속이 깊고 고지식한 동물도 없다. 원숭이들은 정성껏 돌보아 주는 사육사의 등에 붙은 지푸라기나 티끌을 떼어주거나 빨간 엉덩이를 수줍게 쳐들어보이는 것으로 반드시 고마움을 표시한다. 지능이 높은 다른 동물과 같은 음흉스러움도 전혀 없다. 맹수들이 한번당한 고통을 영원히 기억하는데 비해 원숭이는 한번만 잘 해주어도 곧 구원을 잊고 친밀감을 보인다.
이씨는 경기 김포의 금성국교 5학년때 창경원에 수학여행가서 난생 처음본 원숭이에게 홀딱 빠져 사육사에게 『취직시켜 달라』고 떼를 썼던 사람이다. 결국 이씨는 군제대 직후인 62년 창경원에 다시 찾아가 그 사육사에게 옛 일을 상기시키며 조른 끝에 소원을 이루었다.
84년 서울대공원으로 동물원이 이전할때 함께 옮겨간 이씨는 이제 사육사 16명을 거느린 유인원관 사육주임으로 16종 84마리의 원숭이를 책임지고 있다.
이씨는 90년 3월 양평의 한 농원에 잣따는 원숭이로 보낸 샌과 복돌이쌍둥이를 특히 잊지 못하고 있다. 89년 8월 난산끝에 태어나 어미한테서도 버림받은 고아형제를 이씨는 배에두른 비닐속에 끼고살면서 우유를 먹여 살려냈다. 부인과 4남1녀가 질투할 정도였다.
동물원안 관사에서 사는 이씨는 사비 3백만원을 털어만든 원숭이놀이터에서 자신도 한마리 원숭이처럼 어울려 놀고 있다.
『제발 원숭이 같은 품성만 갖추라』는 것이 임신년 벽두에 이씨가 세상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서사봉기자>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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