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시작은 새로움과 기대로 다가오는 것같다. 우리 헌정사에서 최대의 정치공급과 수요가 맞부닥치고 남북 관계의 획기적 이벤트가 예상되는 새해정초 정치권의 분위기도 예외는 아니다.「선거의 해」 「통일로 가는 해」로 불리는 한해의 문을 열며 3일 일제히 선거장정에 나선 정치권은 어느해보다 풍성한 덕담과 각오로 가득찼다.
김영삼 민자당대표는 『민주화와 경제재도약,평화통일의 3대 시대적 사명을 명심,나라와 겨레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깊이 생각하자』고 말했다.
김대중 민주당대표는 『올해는 4대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민간정부가 세워지고 밖으로는 조국통일이 이뤄질 축복스러운 해』라고 강조했다.
굳이 정치지도자들의 이같은 언급이 없더라도 임신년 새해는 국민모두에게 각별한 의미와 새로움을 던져주고 있다.
선거를 통한 정치문화의 쇄신,정치에 억압돼 온 경제력의 소생,민족자존에 의한 통일기반 마련은 싫든 좋든 올 한해 국민들이 풀어야할 절대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화려한 수사뒤에서 「대권놀음」 「후보놀음」 등에 몰두해온 정치권에도 이런 숙제를 안길수 있을까. 당장 여당에는 새해초부터 정국을 소용돌이치게 할 후보게임이 미완상태로 도사리고 있다.
야당이나 일부의 신당 추진세력은 민자당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계산,후보갈등의 매듭방향을 지켜본뒤 움직이겠다는 희화적인 소리도 들린다.
또 총선,자치단체장선거,대선등 4대선거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만있지 언제 어떻게 선거를 치를지 아는 사람을 찾긴 힘들다. 여권의 남북정상회담 기대는 야권의 내각제개헌 경계주장과 물려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지도자들은 문제 해결의 복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국민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매년 그랬듯 국민도 이를 입에발린 덕담으로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러나 올해엔 국민들이 거꾸로 정치권에 던져 줄 말이 분명히 있을 법하다. 『리더십위기에 봉착한 정치권을 더이상 냉소로만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경고는 선거를 통해 표출되겠지만 이에 앞서 올정치 일정부터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새해 정치의 우선수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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