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동쪽끝 강동구 하일동 철거민마을 어린이들의 새해는 어둡고 우울하게 시작됐다. 아이들은 새해첫날 그들의 보금자리를 잃었다. 아빠 엄마 모두 일을 나간뒤 오히려 동네친구들과 놀수있어 즐거웠던 「천사어린이놀이방」이 문을 닫게된 것이다. 3일 아침 아빠 엄마가 공사장·노점·파출부일을 나간뒤 아이들은 습관처럼 마을 한복판 한일교회로 모여들었다. 엊그제까지 자신들의 놀이터였던 교회 지하실 내부가 뜯겨지는 것을 침울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하일동은 지난 67년 동대문구 흥인동과 용산구 서부 이촌동 철거민들이 집단 이주하면서 생긴 마을. 그뒤 71년 그린벨트로 지정되면서 이곳은 시간의 흐름이 정지됐다.
주민 1만여명중 절반이 넘는 6천여명이 집에 화장실이 없어 아침마다 공중변소 앞에서 줄을 서야한다.
4년전 이곳에 무료 의료봉사를 나왔던 천호한의원장 윤석용씨(41)는 부모가 일나간뒤 판자촌 골목사이를 하릴없이 배회하는 아이들이 딱해 한일교회 지하실 15평에 4∼6세 어린이를 위한 탁아소 「천사어린이놀이방」을 열었다.
보통 월 15만∼30만원씩하는 다른 탁아소와는 달리 최소 유지비인 3만원을 받아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지하실을 무료로 제공하고 인근에 전셋방을 얻어살던 이 교회 담임목사가 전세금 인상을 감당할 길이 없어 이곳으로 옮기기로 함에따라 폐쇄됐다.
이날 교회 담벼락 양지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동네 꼬마들은 『우리 놀이방이 더 좋은데로 이사가게 해주세요』라고 철모르는 기도를 드렸다.
주민들은 구청에 시립 무료탁아원을 건립해줄 것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했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동네인 성내2동에서는 종합사회복지관이 35억원의 예산을 받아 올해 착공될 예정이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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