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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물가에 “악몽이다” 경악/가격자유화 시행 모스크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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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물가에 “악몽이다” 경악/가격자유화 시행 모스크바 표정

입력
199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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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1㎏ 평균월급 절반/사재기… 품절… “혼돈의 땅”/일부 시민들 “고통 일시적” 옐친에 기대도쉼없이 내리는 눈,살을 에이는 추위,뛰고 또 뛰는 물가,딸리는 물건을 사려는 시민의 장사진. 가격자유화가 실시된 2일 모스크바의 거리는 유난히 춥고 혼돈스럽다. 가격자유화의 역사적·정치적 의미가 어떠하든지간에,시민들은 소시지나 버터 한조각을 사는데 월급의 대부분을 쏟아넣어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옐친 등 러시아 지도부는 별반 동요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살길은 시장경제이고,가격자유화는 당연한 수순이며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번 조치는 기업사유화·토지사유화 등 일련의 경제계획의 예고탄인만큼,러시아 지도부가 초장부터 흔들릴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시적 혼란이 계속되고 수개월 후에도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옐친의 정치생명이 장담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게 된다. 모스크바에는 벌써부터 옐친의 3월 퇴진론도 나돌고 있다. 또한 2일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도 가격자유화를 시행하고 3일 벨로루시,6일 투르크멘이 동참할 예정이어서 가격자유화의 결과는 신생 독립국가공동체의 운명과도 직결돼있다.

새해초부터 모스크바는 혼돈의 소용돌이였다. 하루전에 비해 최고 25배까지 뛰어오른 물가앞에서 모스코비치들은 당황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세상에,이건 악몽이다』라는게 시민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시민들은 노동자 평균월급의 절반에 육박하는 버터 1㎏의 가격표를 보고 경악을 금치못하고 있다. 2백60루블의 노인연금을 받아서 살고있는 알렉산데르씨(65)는 1백50루블짜리 소시지를 보고 군침만을 삼킬 뿐이었다. 엄청난 가격앞에서 서민들은 「아이쇼핑」만을 할 뿐이다. 다만 흰빵,버터 등 생필품은 3∼4배 뛰었음에도 비교적 형편이 넉넉한 시민의 사재기로 국영상점은 물론 사영상점에서도 동이 났다.

러시아당국은 서민의 생계를 고려해 빵·연료 등 기초생필품의 가격상한선을 설정해 놓고 있다. 유가공품 보드카 설탕 유아식 성냥 약품 귀금속류 전기 운송·통신서비스 등도 정부통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통제를 받는 생필품도 3∼4배 뛴데다 품귀현상마저 빚고 있어 당국의 서민대책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시되고 있다.

이바노바씨(40)는 국영상점의 진열장에 우유가 없는 것을 보고 『해괴한 일이다. 이 땅엔 수많은 젖소가 있는데 우유 한방울 구경하기 힘드니 말이 안된다』고 분개했다.

우크라이나도 가격자유화의 후유증에 허덕이고 있으며 임시방편으로 고정임금과는 별도로 1인당 4백루블의 통화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같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국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혼돈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민들의 처지가 어려워짐에 따라 현지언론과 연구소 그리고 정치인들의 부정적 평가도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다. 고르바초프 소련 연방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이번 가격자유화는 2∼3주안에 조직적인 가두시위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스크바 소재 사회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러시아 거주민의 22%만이 92년 경제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건 아니다. 일부 시민들은 『희생이 없는 과실은 없다』며 옐친의 약속을 믿고 있다. 가격이 올랐지만 상당수 상품이 시장에 많이 나왔고 「가격유혹」에 매력을 느낀 상품들이 계속 공급될 경우 사재기현상도 줄어들거라는 분석이다.

결국 시장경제화의 첫 실험인 가격자유화의 향방은 러시아당국의 물량확보·유통구조개선·후속경제개혁 등이 얼마나 적절히 이루어지고 시민이 고통을 언제까지 인내해줄지에 달려있다고 볼수 있다.<윤석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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