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민 결합·오륜단일팀 성사가능/상호신뢰 성공관건… 경협·직교역 활기띨듯▷합의서 이행◁
지난해 채택된 「남북사이의 화해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남북관계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기본틀」이다.
따라서 이것이 성실히 구현될때 남북은 비로소 정치·경제·사회적인 공동체로서의 삶을 함께 영위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당연히 제기되는 의문은 「과연 북한이 합의서를 약속대로 이행해낼 것인가」하는 점이다. 이에대해 우리 내부에서도 낙관론과 부정적인 시각이 엇갈려 제기됐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북한의 여러가지 「괄목할만한」 긍정적 태도변화로 인해 낙관론이 우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합의서의 순탄한 이행에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핵문제가 북한의 놀랄만한 입장선회로 인해 의외로 손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밝은 전망이 더욱 우세해지고 있다.
결국 「북한의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이른바 대세론이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에대한 반론도 있다. 합의서 채택후 여전히 대남비방을 그치지 않고 있는 북한의 구태의연함이나 「남한에 문을 열때 그들 체제의 유지를 북한 스스로 자신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견해가 그 근거다.
그렇다해도 북한이 합의서를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읽게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기대를 갖게한다. 당중앙위 전체회의 중앙인민위·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등을 잇따라 소집,합의서를 신속히 추인하고 김일성주석이 직접나서 합의서의 의의를 높이 평가한 사실 등이 그 예이다.
구체적으로 합의서이행 관련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각종 분과위·공동위 등 실행위 구성문제가 있다. 남북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연초부터 판문점서 대표접촉을 갖게된다. 여기에서 분과위 구성방법·인원·회의방식 등이 합의되면 양측은 2월18일부터의 평양 6차회담에서 「분과위 등 구성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게 된다. 이에따라 화해·군사·교류협력분과위가 합의서 발효일인 2월19일부터 1개월이내인 3월19일 전에 구성된다. 또 각 분과위는 5월19일까지 판문점 연락사무소 설치,군사공동위·경제교류협력 공동위 등 부문별 공동위 구성을 완결지어야 한다.
이에비해 북측의 대남비방 방송 등 상호비방·중상금지,군사 직통전화 설치 등은 합의서 발효와 함께 즉시 이행돼야 할 사항들이다.
▷인적교류◁
남북간의 올해 인적교류는 여러가지 변수를 안고 있다.
우선 남북합의서의 순조로운 이행문제가 걸려 있다. 다음으로 조기성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여부다. 여기에는 우리의 각계인사들을 선별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북한의 개방적 자세가 이 모든 문제들의 선결조건임은 물론이다.
먼저 합의서가 제대로 구현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분야서 폭넓은 인적교류가 가능해진다.
합의서는 이를 16조에 「과학·기술 교육 문학·예술 보건 체육 환경과 신문 라디오 TV 및 출판물 등의 출판·보도 등 여러 분야」라고 구체화시켜 놓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은 1천만 이산가족의 재결합문제다. 이는 합의서에도 「이산가족의 자유로운 서신거래와 왕래 상봉 방문 자유의사에 의한 재결합의 실현」(18조)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남북은 이를 위해 기존의 적십자 회담을 재개시키거나 합의서에 의해 구성될 교류협력분과위의 최우선 과제로 이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함께 우선적으로 추진될 사항이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체육분야의 접촉이다. 또 우리측 남북문화교류협의회 등 문화계 인사들의 조기방북도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의 경우 사학분야에서 남북의 활발한 교류 및 정보교환을 도모하고 있으며 북측도 이에 긍정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남북 예술단 교환도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며 철도와 도로 해로·항로연결을 위한 양측 실무진들의 왕래도 빈번해질 것이다.
이에비해 종교분야의 경우는 우리측의 열의에도 불구,별성과를 거둘 수 없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심각한 사상적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북한이 「종교」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적 교류◁
남북합의서는 제15조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발전을 위해 민족내부 교류로서의 물자교류·합작투자 등 경제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남북간 물적교류의 대원칙이 표명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남북간의 경제협력이 본격 추진되면서 각종 물자교역이 현재의 몇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한해의 경우 11월까지 남북간 물가 반출입건수는 3백30여건. 금액으로는 2억2천만달러를 넘는 수준이었다. 이중 우리쪽에서 북으로 보낸 물자가 30여건 2천3백여만달러 상당이었고 북에서 남으로 넘어온 것이 3백여건 2억달러 상당이었다. 이를 품목별로 보면 우리쪽에서는 설탕·TV·비누·냉장고·직물원자재 등 소비재와 기계류를 주로 반출했고 북으로부터는 광물과 생산원료·농산물 등이 반입됐다.
이같은 남북간의 교역품목 차이는 새해에도 계속 되리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그 양태는 이전의 제3국을 통한 중개무역 위주에서 남북간의 직접 교섭에 의한 직교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특히 이와관련해 주목되는 점이 우리 경제인들의 방북러시 조짐이다. 연초에 이미 김우중 대우회장의 방북이 예정돼 있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조만간 평양을 다시 방문할 뜻을 표명하고 있다. 또 섬유재벌인 K그룹에게 해주섬유공단 합작제의가 들어와 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러 기업에서 북한을 「사업의 파트너」로 삼을 뜻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기서 해결될 「과제」는 직거래에 따른 가격조정,신용장 직거래를 위한 환거래 계약,교역당사자 및 매개기구 기정,과세 통관 검역절차 등이다.
이 문제들은 합의서 발표후 5월19일 이전에 구성될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에서 해결돼야할 사항들이다.
이밖에도 남북간에 우선 성되될 수 있는 교역분야로는 쌀 생산설비 섬유 생필소비재 등이 지적되고 있다.
▷향후 과제◁
「남북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의 채택합의로 통일가도의 문이 열렸지만 그 길이 탄탄대로일 수 많은 없다. 굳이 그간의 남북대화 과정에서 숱한 좌절을 겪어왔던 기억들을 들추지 않더라도 「통일 대업」을 이룩해 나가는데 있어 남북이 합심해 헤쳐나가야 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남북이 지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는 상호 신뢰회복 부분. 이미 합의서 및 공동선언 채택으로 신뢰구축의 일보를 내디딘 셈이다. 그러나 현단계는 외부적 상황변화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한만큼 이같은 신뢰구축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합의내용을 상호충실히 이행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의서에도 명기돼있듯이 군축 등과 각종 군비통제 조치를 통해 무력충돌 가능성이 제거되어야 하고 활발한 인적·물적교류를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이다.
특히 군사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유럽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 초보적인 군사적 신뢰조치에서 최종단계인 군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접촉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리 각오해야 한다. 이같은 군비통제 과정을 이뤄내기 위해선 남북공히 상호신뢰와는 별개로 군부를 중심으로한 자기측 내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할 것이다.
군사문제 해결과 함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이는 남북간 인적·물적교류와 관련해서도 처리해야할 과제가 많다. 우선 각종 법령의 개폐가 일차적인 과제로 등장한다.
현재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손질되어야만 하고 이밖에도 「미수복지구」 등 대치상황 논리를 수정하는 문제와 호적,민사분쟁 조정,사법·수사공조 등 교류에 따른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남북한 관계의 축이 「적대관계」에서 「협력과 공존의 관계」로 옮겨감에 따라 발생하는 국민의식 혼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
이와관련,국가보안법의 개폐문제와 현재 이법에 의해 처벌받고 있는 사람들의 처리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육 및 언어정책의 변화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 TV와 언론을 개방하고 교육과정에서 상대방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도 삭제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통일에 필요한 또하나의 주요과제는 「통일비용」 확보를 위한 남북양측의 경제력 증강부분. 특히 현재와 같이 남북간 경제력 및 경제체제의 차이가 현격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통일은 극심한 혼란과 경제적 퇴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부의 증대와 함께 경제력 격차의 감소,시장경제 체제의 확대 등 정치적 통합의 「물적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
이와함께 남북한의 통일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국제무대에서의 남북협력과 주변열강과의 관계조정도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한기봉·정광철기자>한기봉·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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