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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늘리자… 한국일보 캠페인 3년/함께 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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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늘리자… 한국일보 캠페인 3년/함께 사는 사회

입력
199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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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후원” 힘겨운 홀로서기/삼중장애 차낙중씨의 쓸쓸한 새해맞이말못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3중장애인 차낙중씨(24·한국일보 89년 1월9일자 보도)는 선생님이 쳐주는 기타소리를 느끼기 위해 기타의 머리부분을 입으로 깨물었다. 이빨사이로 전해지는 알지못할 곡조에 맞춰 내지르는 거친 육성은 그동안 겪어온 불행과 고통의 신음같았다.

이름그대로 「차에서 떨어진 아이」 차낙중씨는 아직도 어둠속에서 세상과 단절된채 혼자만의 몸짓으로 살아가고 있다. 89년 1월 사연이 보도됐을 때 몰렸던 후원자들의 도움도 끊겼다. 설리번선생이 헬렌 켈러를 가르칠 때 물건을 만지게 한뒤 손바닥에 글씨를 써서 알게 해준 묵자 학습에도 실패해 한발짝도 세상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감각으로 느끼는 따사로움과 밝음의 원천이 해라는 것을 안뒤부터 유난해 해를 좋아했던 차씨는 유일하게 쓸수있는 글자인 자신의 이름을 「차낙중해」라고 쓰며 여전히 밝음을 소망하고 있다.

변한 것은 그동안 얼굴에 살이 오르고 굵은 수염이 나 좀더 어른스러워졌다는 점과 젊은 육신의 활기를 억제하지 못해 한시도 앉아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차씨는 91년 3월 새 보금자리로 옮겼다. 그가 86년부터 몸담고 있던 국내유일의 중복장애인 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이 서울 종로구 평동에서 경기 여주군 북내면 중암리 산48의4에 새 집을 마련,이사했기 때문이다. 87년 5월 개원한 라파엘의 집은 한국일보 보도후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회로 설립인가를 받고 90년 6월 새 집을 착공했다.

대지 8천5백여평에 건평 3백여평의 넓은 시설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만나는 선생님마다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바닥에 이름을 쓰는 것이 차씨의 많지 않은 의사표현이다. 감지 능력과 기억력은 아주 뛰어나 어깨만 만지면 누구인가를 금세 알아내고 이름을 표시한다.

그러나 차씨가 이름는 쓰는 것은 한글을 깨우친 것이 아니라 이름을 그림으로 외운 것이라는게 담임교사 박희인씨(30)의 설명이다.

중복장애인 40명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 차씨는 유갑상씨(48) 김정수씨(39) 등 7명과 함께 성인반에 속해있다. 성인반에서 제일 막내인데도 차씨는 자신히 보호자라도 되는듯 으스댄다.

자폐시작장애인 김호씨(29)에게 옷을 입혀주기도 한다.

어렵사리 편을 가른뒤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마당에서 눈싸움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은 눈물겹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활기찬 차씨는 장애의 슬픔을 더욱 아로새겨주고 있다.

차씨의 일과는 아침 7시반에 일어나 스스로 세수를 하고 8시반에 아침식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도교사가 5명밖에 안돼 하루 30분 정도 생활예절교육을 받는 것이 그가 받는 교육의 전부이다.

그래서 그가 토해내는 알수없는 질문은 대답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그가 느끼는 세상은 여전히 어둠과 적막일 뿐이다. 차씨의 담임 박씨는 『낙중이의 소리를 백의 하나라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박씨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소명의식을 갖고 라파엘의 집에 들어왔지만 차씨 같은 장애인의 재활을 지도할 전문교사는 드물며 있더라도 대우가 열악해 오기를 꺼린다.

정부로부터 1인당 하루 세끼 부식비 5백원을 지원받는 이곳에서 중복장애인들은 먹고 자고 살아갈 수 있는 것만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실정이다. 전국의 시각장애인 15만여명중 2만∼3명명이 중복장애인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대부분이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라파엘의 집 정지훈원장(33)은 『이제 우리사회도 중복장애인들에 대한 전문 복지서비스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뜻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서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차씨의 담임교사 박씨는 『지금과 같은 여건이면 낙중이는 죽을 때까지 좌절하고 슬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여주=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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