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50분 “차왔다”로 일과시작/정확성이 생명 눈오면 더 긴장/「부업겸 살빼기운동」 주부도 자원새벽은 신문배달원의 힘찬 뜀박질로 열린다. 막 인쇄된 조간신문의 잉크냄새가 퍼지면서 각 가정과 상가의 문은 열린다.
30일 새벽2시50분,신문운송트럭의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일보 영동지국의 숨찬 하루는 시작됐다.
『차 왔다』는 정현섭지국장(26)의 고함소리에 새벽의 단잠을 떨치고 배달원들이 숙소에서 튀어 나왔다. 이들은 트럭위에서 던져지는 신문뭉치들을 받아 쌓는 한편 자신이 배달해야할 신문을 따로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도 우리신문의 배달이 확실히 1등』이라는 한 배달원의 들뜬 목소리에 모두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진다. 상가에 배달될 신문에 가게이름을 적고 꼼꼼히 부수를 확인한 배달원들은 10여대의 오토바이와 봉고차·자전거 등에 나눠타고 일제히 달려나갔다. 한걸음이라도 먼저 배달하기 위해 온갖 기동장비를 동원하는 것이다.
호텔은 부수가 많은 등의 이유로 제일 먼저 신문을 넣어야 하는 곳. 외국인 투숙객들이 많아 영자신문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배달원들이 텅빈 골목길을 뛰다 마주치는 가장 반가운 사람은 우유배달 아주머니와 청소원들. 새벽을 함께 뛴다는 동료의식에 마주치자마자 서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배달원들이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다시 모이는 시간은 상오5시30분께. 그러나 혹시 신문이 오지 않았다는 신고전화가 걸려오면 지체없이 다시 뛰어나간다.
정현섭 영동지국장은 『알찬 신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른 배달·정확한 배달로 독자들의 신용을 쌓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신문배달원하면 으레 떠올리던 불우청소년의 이미지도 바뀌고 있다.
새벽시간을 이용,부업으로 신문배달을 하는 직장인·주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고향 대전에서 올라와 경기 부천시 누나집에서 출근을 했던 관세청 직원 박정해씨(28)는 4개월전부터 영동지국에서 신문배달을 해오고 있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데다 운동삼아 2시간 가량 배달을 하고도 8시20분께 출근할 수 있어 근무에 지장이 없다는 것.
오히려 누나집에서는 2시간 가량 걸렸던 출근길이 이제는 걸어서 20분이면 된다.
두달전부터 신문배달을 시작한 서강덕씨의 본업은 풀빵장사. 밤 늦게까지 다음날 팔 빵을 만드는 밀가루 반죽과 팥고물을 챙기고도 새벽이면 배달을 나선다. 서씨는 『모두들 억척이들만 모여 생활에 활기가 넘친다』며 짧은 시간에 수입도 짭짤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갈현지국에는 4명의 주부배달원이 일하고 있다.
강호임씨(31)는 살을 빼기 위해 3년전 시작한 신문배달이 이제 어엿한 부업이 됐다. 『새벽4시께 나와 2시간 정도 뛰고 들어가도 남편출근과 아이들 등교 뒷바라지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강씨는 돈들여 에어로빅 강습소에 다니지 않고도 그간 7㎏나 살이 빠져 일하러 나오기가 즐겁다.
강씨는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것이 처음엔 괴로웠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일을 할 수 있고 수입도 만만치 않다』며 건강해지고 싶은 주부들에게 신문배달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가운 날씨에 눈·비라도 오면 이들의 배달길은 그야말로 고생길이다. 그래도 눈이 오는 날은 신이난다. 신문을 가득 든채 눈길을 헤치는 것이 힘들지만 깨끗한 눈위에 찍혀 나가는 자신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으로 느끼기 때문이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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