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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망령」이 되살아난다/순외채 2년새 4배나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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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망령」이 되살아난다/순외채 2년새 4배나 늘어나

입력
1991.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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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지 적자 맞물려/국제돈시장 자금경색 「남미형」 우려/현지 금융합치면 총규모 이미 4백50억불「외채망령」이 되살이 나고 있다. 지난 85년 7월 최고 4백74억달러에 달했던 외채가 3저호황에 따른 대규모 국제수지 흑자로 2백85억달러(90년 1월)까지 낮아져 뿌리깊은 외채콤플렉스가 해소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했다. 국제수지 적자가 큰폭으로 확대되면서 이제는 남미 국가들이나 고민해야 할 일로 여겨졌던 외채문제가 디시 심각한 경제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재무부 한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지난 10월말 현재 3백82억달러,총외채에서 외환보유고 등 대외자산을 뺀 순외채는 1백22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2년도 채 안되는 지난 89년말(총외채 2백94억달러·순외채 30억달러)에 비해 순외채가 4배 이상 늘었고 총외채도 88억달러 증가했다.

향후 전망은 더욱 불안하다. 연간 1백억달러 수준의 대규모 적자행진이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때문이다. 금년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최소한 95억달러(11월까지 98억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1백억달러 이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94년에 가면 국제수지가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소한 4∼5년 이상 지나야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있다.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총외채가 내년 1월에 4백억달러를 넘어서고 94년말께에는 7백억달러에 육박하리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수지 개선조짐이 안보이고 있는데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경색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총외채규모가 몇년안가 1천억달러를 넘어설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기까지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동안 큰손 역할을 해온 독일 (구 서독)이 구 동독복구 때문에 자금공급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구 소련 및 동구경제 복구에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총외채 규모가 일정수준(7백억달러) 이상 되면 외채이자를 갚기위해 다시 외채를 도입하는 악순환이 심화되어 외채관리 자체가 아주 힘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들어 1년미만의 악성 단기외채 도입이 급증하고 있고 가산금리(스프레드)도 지난해에 비해 0.4∼0.5%포인트 높아지는 등 외채차입이 현저히 나빠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외채부담규모가 정부통계외채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국내기업이 외국에서 직접 차입하는 현지금융은 외채통계에 하나도 잡히지 않고 있다.

또 일본 엔화나 독일 마르크화로 차입한 외채가 이들 두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제대로 실세화되어있지 않다. 일부금융기관이 차입한것만 현재의 강세환율로 환산되어 달러화표시 외채총계에 집계될뿐 정부공공차관이나 국영기업외채 등은 엔화와 마르크화가 약세였던 85년 이전 환율이 적용되어 달러화로 환산되고 있다.

특히 일본 독일 캐나다 대만 등은 확정채무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외채나 다름없는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이나 주식투자자금 등을 외채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남미방식에 의해 이를 외채통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 볼때 원리금 상환부담이 주어지는 실질적인 외채총액은 이미 4백50억달러 수준을 넘어선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히고 있다.

외채위기론은 정부안에서도 심각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경제운용상의 최우선사항을 당초 물가안정으로 잡았다가 국제수지 방어로 급선회,내년중 외화대출규모를 금년(55억달러) 대비 25억달러 줄어든 30억달러로 축소조정하는 등 각종대책을 강구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사라진 것으로 인식되었던 외채 망국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물가불안·정치혼란과 어우러져 우리경제가 꼼짝없이 남미형으로 전락하지않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것이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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