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어린생명 확인에 슬픔이…지난 27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생한 국교생 김동준군(10) 유괴살해사건의 범인을 단 하루만에 붙잡은 의정부경찰서 형사계 윤석제경장(32)은 동준이가 살아있었다면 범인을 잡은 일이 더 빛이 났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27일 밤 동준군의 아버지(45)로부터 유괴사건 발생신고를 받은 경찰은 재빨리 전화국의 협조를 얻어 범인의 목소리를 녹취하는 한편 전화발신지가 시내중심가라는 것을 알아냈다.
경찰은 철야 수사회의 끝에 『범인은 또 전화를 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든 공중전화를 거는 현장에서 붙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가장 원시적이지만 또 가장 근본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내근요원·파출소근무자까지 70여명을 동원,시내 12개동 전역에 있는 공중전화 5백56곳을 모두 지키기로 한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내 중심가 5곳에는 평소 뛰어난 수사력을 인정받고 있던 유 경장과 동료 이선만경장(41)이 배치됐다.
28일 아침부터 5곳의 공중전화를 걸고 나오는 20대 청년들을 검문하던 윤 경장은 낮12시10분께 그랜드호텔앞 공중전화박스에서 나오는 12번째 청년에게 눈길이 갔다.
『신분증을 보자』는 말에 이 청년은 『도둑질 한것도 없는데 왜 그러느냐』며 유난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이다』고 「감」이 오자 윤 경장은 인근파출소로 연행,녹취테이프 음성과 대조해 진범임을 확인해 냈다. 범인 이두견(24)은 윤 경장의 쏘는듯한 눈빛과 허리띠를 거머쥔 완력에 질려 연행때부터 순순히 요구에 응했다.
경찰투신 10년째인 윤 경장은 지난 10월의 경기 양주군 남면 진성피혁경비원 박월봉씨(65) 피살사건 등 굵직한 강력사건 20여건을 해결한 민완형사. 범인검거의 기쁨으로 흥분했던 윤 경장은 동준군이 살해된 사실을 알고는 깊은 슬픔에 싸였다. 유괴범은 꼭 잡힌다는 것을 실증해 보였지만 어린 생명은 이미 살해됐기 때문이다.<의정부=송원영기자>의정부=송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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