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운용 계획 수립과정에서 올해처럼 「산고」가 심하고 군말이 많은 경우가 드물 것 같다.성장률을 7%로 낮춰잡고 「감속」이란 명분아래 근로자 기업 정부 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모습이니 다들 시큰둥한 것도 일단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현상은 이 계획을 실행해나갈 책임을 진 경제기획원,재무부,상공부 등 관계부처와 한은 등의 실무자중 상당수가 새운용계획에 대해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점이다.
새해 운용방향 정립을 둘러싼 갈등이 가장 두드러졌던 시점은 아무래도 지난 26일 열린 경제장관회의로 봐야 한다.
이날 최각규부총리,이용만 재무장관은 점심과 저녁식사,「뒤풀이」까지를 겸해 3차례 장장 10여시간 이상 계속된 회의중 줄곧 치열환 「입씨름」을 전개했다는 후문이다.
최 부총리는 『내년중 자칫 국제수지와 물가상황이 크게 악화될지 모르니 돈줄은 죄고 자금을 수출쪽으로 몰아 물가도 잡자』는 논지를 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돈에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닌데 총론에선 안정,각론은 선별지원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맞섰다.
부총리는 『다소 앞뒤가 어긋나는 점은 모르는 바 아니다 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이 장관은 『자본시장 개방,금리자유화 등 통화관리 여건이 가뜩이나 불투명한데 계획 모양 작추기만 하면 뒷책임은 누가 지나』라고 버텼다.
결국 말썽많던 통화관리 목표는 당초 기획원안인 17±1.5%가 최고수준인 18.5%로 낙착되기에 이르렀다.
안정 유지의 핵심수단인 통화정책 방향이 이처럼 「중도통합」 식으로 얼버무려 졌으니 계획의 나머지 곳곳에 생채기가 난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되자 과천경제부처 실무선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계획대로된 적이 한해라도 있어나』 『2∼3개월 못가 또 수정하면 될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런 불평을 알리 없는 최 부총리는 26일 청와대보고직후 『이번 계획은 관계부처가 공동책임하에 철저히 추진한다는 취지로 13개부처 장관이 연대서명하고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았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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