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과 망치의 적기가 크렘린궁에서 내려지면서 「소비예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은 25일로 「사실상」 69년의 생을 마감했다. 소련의 해체는 그것이 갖는 세계사적인 의미때문에 앞으로도 허다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겠지만 매일매일의 뉴스를 다루어야 하는 국제뉴스 담당자에게는 사소하게 보이면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하나의 문제를 제기해준다.소련이 사라진 이상 「소련」이라는 고유명사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소련의 「소」는 「노동자,농민 그리고 병사의 혁명지도기관」이라는 의미를 갖는 「소비에트」의 「소」에서 나온 사음이다. 그리고 「연」은 물론 연방의 약자이다. 옐친이 주도한 독립국가 공동체 결성 선언문 어디에도 이 두 글자를 존속시켜야할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예트는 말할 것도 없고 비록 「연방」으로 번역될 수 있는 「Common wealth」란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Union」이라는 기존의 용어를 애써 배척한데서 보듯 기존의 「연방」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옐친이 주도하는 이 새로운 「연방체제」를 어떻게 요약해서 불러야할까. 우선 한가지 방안으로는 「유럽공동체」의 경우에서 처럼 「독립국가 공동체」의 영문 이니셜인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를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방송들은 USSR대신 CIS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러시아공화국이 소련의 한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그 독자성을 되찾게 됨에 따라 역사서적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로서아」의 「로」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신문지면을 장식하게 되리라는 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주한 소련대사관은 지난 24일 적기대신 러시아공화국의 삼색기를 게양하고 러시아공화국 대사관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크렘린의 주인이 정말 바뀌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이제 USSR보다는 CIS에,그리고 러시아의 「로」에 익숙했져야 할 듯하다.
사람들은 20세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한동안은 「19세기이후 X년」이란 표현을 사용해 왔다. 유쾌한 기억보다는 불쾌한 기억이 많은 「소련」이라는 단어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 단어와의 작별을 주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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