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자승 논설위원 베를린 르포/「마르크화」 투입 동·서 평준화 총력/올해부터 4개년 계획 경제통합 작업/“격차 줄이자” 막대한 지원/민영화등 시장경제 박차동독을 흡수통일한 서독의 통일작업은 불과 1년 남짓하지만 꽤 역동적이다. 체제의 우위와 마르크화의 막강한 힘 때문이다. 독일의 통일은 어느 의미에서는 서독 경제력의 동독에 대한 흡수·소화의 과정이라 하겠다. 신동원 주독일대사는 이제 유럽에서 『마르크스시대는 가고 마르크시대가 왔다』고 했다. 독일의 마르크화가 유럽의 경제을 좌지우지하는 때가 왔고 그에따라 통일독일의 정치외교적 위상도 유럽에서 정상급으로 격상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경제력을 자신해서인지 서독인들은 통일과업을 낙관하고 있다. 구서독이 추진하고 있는 구동독에 대한 경제 구조개편과 재건사업도 철저한 서독화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막대한 재정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동독의 재건에 얼마가 소요될지는 정확히 추산할 수 없다. 「재건」이라는 개념 그 자체의 구체적인 정립이 필요하겠지만 대체로 구동독주민의 생활수준을 현 서독주민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철도,통신,해운,도로 등 사회간접자본도 현재의 서독과 평균화시키는 선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2000년까지 구동독지역이 구서독지역보다 매년 5배 이상 경제성장을 달성해야하며 매년 1천억내지 1천5백억마르크가 소요된다는 것이 구동독 작센주의 추산이다. 한편 서독의 IFO경제연구소는 2000년까지 구동독지역이 구서독지역 생산성 수준이 5분의 4 정도에까지 도달하려면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총 1조5천억마르크 또는 매년 1천3백60억마르크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독일정부는 2000년까지 장기계획을 세워놓지 않고 있다.
연방정부 경제부의 신연방주(구동독) 경제정책 특별대책반의 크리스티안 슈레이토프씨는 올해부터 시작해서 4개년으로 계획,경제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경제계획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동독의 경제하부구조(사회간접자본)를 서독과 평준화하는데만도 4천5백억마르크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독일정부의 동독지역 재정지원은 1천6백10억마르크(약 1천억달러 한화 약 76조원)에 상당한다. 우리나라 내년도 예산의 2·3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서독경제의 규모가 워낙 크므로 감당해낼 수 있는 부담이다. 구동독의 순국민생산액(GDP)은 전체 독일GDP 2조6천6백억마르크의 7%선인 1천8백50억마르크이며 취업인구는 전체독일의 19%이다. 노동자의 생산성은 구서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구동독이 인구,국토에서 구서독의 4분의 1에 불과하나 동·서의 격차가 큰것이 평준화의 부담을 무겁게 한다. 독일연방 정부는 마르크화를 추진력으로 동독경제의 시장경제화를 무차별적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상공업 분야에서 기존의 구동독 국유기업을 원칙적으로 매각 처분키로 했다.
현재 트로이한트(신탁관리청)에서 모든 동독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주관하고 있는데 1만6백개사 가운데 지금까지 4천5백개사를 매각처분했다. 울라이크 그륀록 대변인은 『오는 94,95년께까지 민영화계획을 매듭지을 예정이다』며 『한국기업도 참여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민영화와는 별도로 기업의 직·간접투자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오펠(서독의 GM합작사),벤츠,지멘스,코카콜라,트완리다사(이 철강회사) 등 독일 국내외 대기업들이 진출을 시작했다. 민영화이든 투자유치이든 서방기업들을 주저케하는 요인으로는 ▲토지와 건물에 대한 법적인 소유관계의 불분명 ▲행정체계의 미비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미비 등이 지적되고 있다. 임금이 현재 서독 근로자의 60% 수준이라는 것이 이점이나 조만간 평준화될 것이고 보면 기대할 것이 못된다는 것이다.
농업도 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구조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에 통과된 농업구조조정법에 따라 구동독의 영농단위 조직이던 농업생산협동조합(LPG)을 오는 연말까지 해체,협동조합,가족농 형태의 개인자영농,기업농 등으로 다시 등록토록 했다. 신설농가로의 분리를 장려하기 위해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있고 LPG탈퇴조합원에 대해서는 공유자산이던 농기구와 재고농산물에 대해 정당한 배분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농민들은 어느 체제이건 보수적이라 자영농민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과도기에 있는 구동독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파산상태다. 서방기업과의 경쟁력 부재와 종래의 거래선인 소련 등 타국들의 수주격감으로 생산량이 급감,실업률이 19%(약 1백70만명)에 이르고 있다. 단축조업자(2백만명)까지 포함하면 41%나 된다. 경제여건의 악화로 통독 이후에도 서독으로의 이주자는 계속 늘어 지난해 7월 경제통합 이후 1년 사이에 36만명이 넘어왔다. 통일정부로서는 서독으로의 인구 유입을 막기 위해서도 동·서독의 평준화가 시급한 것같다. 경제부의 슈레이 토프씨는 『구동독의 장래 경제는 매우 밝다. 40만개 이상의 중소기업체가 발족했다는 것은 강점이다. 대기업의 바탕이 된다. 근로자들은 동기가 높은 숙련공들이다. 새로 설치되는 기계들은 현대식이다. 72년 경제성장률은 전독의 2내지 3%에 비해 9%가 될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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