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유일한 대안”… 치밀한 정지작업 주효/러공 독주땐 타공화국 반발 와해 가능성도소비예트 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의 뒤를 이을 새로운 국가연합체인 독립국가 공동체가 21일 정식으로 닻을 올렸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한 11개 공화국 정상들은 이날 알마아타에서 열린 정상회담서 기존 연방체제의 종식과 새로운 체제발족을 선언하는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옛 소 연방은 공화국간 공존과 경제난 극복,민주시민사회 확립을 위한 또다른 실험에 들어갔다.
독립국가 공동체의 공식 출범으로 인류최초의 공산주의 실험은 74년만에 실패극으로 막을 내렸으며 지난 8월의 불발쿠데타 이후 4개월을 끌어오던 국가체제 재편수순은 이제 「끝내기 단계」로 넘아갈 수 있게 됐다.
또한 옛 소 연방에 속해 있던 12개 개별공화국들은 국제법상 또는 지정학적인 실체로서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아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정통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세계초강대국으로 일컬어져온 소련은 세계지도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그의 중앙정부는 일선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역사적인 알마아타합의는 그간의 진행과정으로 볼때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회담의 난항예상도 없지않았지만 옐친 대통령이 워낙 주도면밀한 전략을 세워 회담에 임했기 때문이다.
옐친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담판을 벌여 내년 1월1일부터 새로운 체제를 본격 가동키로 합의를 이끌어 냈으며 그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연방정부의 역할을 대거 러시아공화국 정부로 이관시키는 등 공동체 출범의 정지작업을 착실히 진행시켜왔다.
그는 특히 공동체출범에 마지막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회담참가를 사전에 봉쇄,카자흐공화국 등 일부 공화국들이 결집할 수 있는 구심점을 제거하는 치밀한 공작을 폈다.
이와함께 카자흐공 등 일부 공화국들이 공동체출범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공위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도 독립국가 공동체의 공식출범을 앞당긴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소 연방이 독립국 공동체로 이양되는데 따른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이번 회담이라고 강조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공화국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도출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선 11개 공화국 정상은 이번 회담의 핵심인 전략핵무기 통제에 관한 협정체결을 연기했다. 이는 독립국가 공동체를 발족시키기 위해 위험지대를 피해가는 우회전법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공화국별로 첨예하게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어물쩍 넘겨버린 것이다.
따라서 알마아타 회담은 독립국가 공동체창설에 필요한 대략적인 윤곽만을 확정한 상태라고 할수 있다.
정치·경제·군사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세부적인 공동체 운영방식에 관해 또다시 절충을 벌여야하는 힘든 과정을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연방기능을 각 공화국으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공화국들이 주도권 싸움에 집착,독립국가 공동체가 운영초기 단계에서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공 등 일부 공화국이 연방자산의 공정분배를 러시아공측에 요구하고 나설경우 각 공화국간의 주도권 다툼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국가 공동체창설을 주도한 러시아공화국의 영향력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층 확대될게 틀림없다.
러시아공은 영토·인구·자원 등 모든면에서 다른 공화국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공의 독주에 불만을 품은 일부 공화국이 독자노선을 선언할 경우 이탈도미노현상이 발생,급격한 와해사태도 예상해볼수 있다.
알마아타합의가 독립국가 동동체창설을 매듭지은 것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라는 지적도 바로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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