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20일 하오 8시께 서울 종로구 창신2동 651의 30 사무실에서 「91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이자리에는 시국사건 현장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와 재야인사 등 50여명이 참석,무거운 표정으로 올해를 되새겼다.
유가협의 송년행사는 요란하고 들뜬 여느 망년회와는 다른 법이지만 올 행사는 어느해 보다도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희생자가 발생,무려 23명의 가족을 신입회원으로 받아들인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실내 등을 모두 끄고 촛불하나씩을 켜든채 「촛불소원의식」으로 망년회를 시작했다.
이 모임 회장인 박종철군 아버지 박정기씨(63)가 먼저 말문을 열어 『지난 한해는 너무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친 가슴아픈 해였다』고 회고하고 『어려운때일수록 서로 돕고 힘을 모아 더이상 「열사」들이 나오지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강경대군의 어머니 이덕순씨(42)가 『소중한 아들 딸들을 가슴에 묻고사는 불행한 부모들이지만 모두가 건강에 신경을 써 꼭 좋은 세상을 보고 눈을 감읍시다』라고 말하다 끝내 눈물을 억제치 못하자 어둠속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새나왔다.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딸이 죽음으로 깨우쳐주었다』고 말한 김귀정양의 어머니 김종분(52)는 『내년에는 자신들의 뜻을 이어 더욱 힘차게 민주화를 위해 일합시다』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흐느낌과 비탄으로 이어지던 망년회는 촛불의식이 끝나고 조촐하게 차린 음식상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조금 밝아졌다.
자녀를 잃은뒤 각종 집회에서 거리에서 함께 활동해 가족같은 유대감을 갖고있는 회원들은 서로의 안부와 신변얘기를 주고받으며 간간이 웃기도 했다.
「임을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밤늦게 사무실을 나서는 가족들은 『내년에는 제발 더이상 울지않고 기쁨과 희망을 얘기하는 망년회 자리를 만들자』고 인사한뒤 헤어졌다.<김광덕기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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