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프이어 루츠코이도 실정 정면공격/개혁추진 새 걸림돌… 주도권싸움 시각도보리스 옐친 소련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진영의 「집안싸움」이 심상치않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5일 소련 개혁파의 핵심으로 옐친 대통령과 동맹관계에 있던 가브릴 포포프 모스크바시장이 러시아공화국 지도부의 가격자유화 등 경제개혁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시장직을 사임한데 이어 알렉산데르 루츠코이 러시아공화국 부통령이 18일 옐친정부의 실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서 옐친 진영의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옐친 진영의 핵심인물인 루츠코이 부총령은 이날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와의 회견에서 옐친 대통령이 정국을 자의적이고 독단적으로 주물러 러시아공화국을 무정부적인 혼란상태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옐친측근인 30대의 젊은 급진개혁파 겐나니 부르블리스 부총리와 예고르 가이다르를 지목하면서 옐친정부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음모의 온상」이라고 성토했다.
루츠코이 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영웅으로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어 옐친이 대군부창구로 이용해온 「민주러시아파」 소속의 인물.
지난 5월말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의 러닝메이트로 나와 옐친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바 있는 루츠코이가 옐친과 그 각료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정책분야는 주택사유화와 가격자유화 문제이다.
이는 또한 지난주 포포프 모스크바시장을 물러나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루츠코이는 『우리는 시장경제로 진입한 것이 아니라 무질서속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사유화와 토지금융체제의 개혁없이는 가격자유화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함으로써 가격자유화 조치에 대한 유보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개혁파중 보수성향의 루츠코이가 가격자유화 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로 인한 소련국민의 급속한 생활수준 악화를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가 같은날 가격자유화정책 때문에 새로운 쿠데타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것도 그의 우려와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루츠코이의 비난이 단순히 가격자유화를 비롯한 경제개혁의 속도와 폭에 대한 인식차 때문만이 아니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을 밀어내고 실권을 장악한 옐친 지도부내의 주도권 싸움에서 파생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옐친은 보수파에 의한 「8·19 궁정쿠데타」 실패이후 개혁추진노선을 놓고 파쟁을 벌였던 「민주러시아파」와 「민주개혁운동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이 두 파벌 사이에서 한동안 「등거리 관계」를 유지했던 옐친은 결국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민주러시아파」 쪽으로 발길을 돌려 「소 연방해체속의 개혁」을 추진하게 됐으나 두 파벌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은 옐친의 리더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민주러시아파」 내부도 한 목소리는 아니다. 이들 사이의 알력은 이미 지난 10월8일 예브게니 사브로프 러공 부총리를 비롯한 2명의 옐친측근이 사임함으로써 표출됐었다.
더욱이 옐친의 주변 인물중 같은 고향 출신으로 구성된 「스베르들로프스크 마피아」는 옐친의 두터운 신임을 배경으로 권력을 자의적으로 휘둘러 러공 지도부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탁월한 정치감각으로 고르바초프의 권력을 꾸준히 잠식해온 「때를 아는 정치가」 옐친이 주변인물들의 내홍때문에 권력기반을 상실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옐친이 고르바초프를 밀어내고 크렘린의 전권을 장악하게 된 시점에서 내부잡음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주목하면서 앞으로 이같은 「집안싸움」이 그의 개혁추진에 적지않은 걸림돌이 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김영걸기자>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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