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스러운 「노인돕기」 5년여노인을 위한 봉사단체 청구노송회 회장 이호철씨(59)가 20일 서울중구청이 제정한 구민봉사상을 받는다. 각종 대상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구단위의 상은 얼핏 초라해 보이지만 이씨의 선행은 그 어느 수상자보다 인상깊다.
난생 처음 받는 상인데도 이씨가 『부끄럽다』고 고사해 구청과 구의회는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자꾸 몸을 숨기는 바람에 이씨를 취재하는 일도 많은 품이 들었다.
이씨는 중구 33개 노인정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65세 이상 무의탁 노인 40여명에게 월 2만원씩 용돈을 주고 있다. 노인들에게 변고가 생기면 병원비나 장례비도 모두 이씨 부담이다.
중구 무학동에서 작은 건축업을 하는 이씨는 매년 관내 노인들에게 이런 식으로 수입의 절반이 넘는 7천만∼8천만원씩 쓰고 있으며 10여평의 사무실도 노인들의 사랑방으로 개방하고 있다. 그 자신 60세가 다됐는데도 노인들을 모두 『아버님』으로 부른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이씨는 국졸후 13세때 단신상경,아이스크림장수 식당종업원 등 모진 고생을 겪으며 살았다. 어려운 시절에도 청계천일대 구두닦기소년들을 보살폈던 이씨는 겨우 사업기반이 잡힌 87년 청구노송회를 만들었다.
봉사회가 알려지자 독지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1천명 정도 모여들었으나 불과 4년만에 모두 떠나고 현재는 이씨가 회장이자 유일한 회원이다. 지역에 이름이나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선행을 숨기는 이씨와 호흡을 맞출수 없었던 것이다.
남에게 손이 큰 대신 자신과 가족들에게는 지나치리 만큼 엄격하다. 이씨의 1남4녀는 용돈한푼 받아보지 못했다.
『왜 그렇게 극성스럽게 남을 돕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이씨는 『6·25에 참전,특수부대 요원으로 같은 동포인 적에게 몹쓸짓을 많이 한데 대한 참회의 의미도 있다』고만 말할 뿐이다. 전쟁에서 한쪽 눈을 잃은 것도 죄값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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