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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지옥·교통지옥(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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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지옥·교통지옥(장명수 칼럼)

입력
1991.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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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국민학교에 입학시킨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갔다온 첫날 으레 이렇게 말하곤 한다.『세상에 학교시설이 그렇게 안변할 수가 있을까요. 우리가 국민학교 다닐때 쓰던 책상 걸상을 그냥 쓰고 있는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부자나라가 됐다고 떠든지가 언젠데 교육환경이 그게 뭡니까』

몇몇 시설좋은 신설학교가 있긴 하지만,전반적으로 학교시설은 해방후 가장 적게 변화한 것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변하지 않은 것을 든다면,그것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고달픔이다.

버스와 지하철,또는 택시를 타기위해 대도시 시민들이 매일매일 겪는 고달픔은 이 나라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요약해준다.

버스나 택시를 타기위해 사람들은 우선 이리뛰고 저리뛰기를 잘해야 하지만,이리저리 잘 뛴다고해서 확실히 차를 탈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수많은 노선의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소에서 어떤 버스가 어느 지점에 설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멀리서 버스가 나타날때마다 사람들은 정차예상 지점을 향해 달려가지만,정차도 발차도 난폭하기 짝이 없어 날렵하지 못한 사람은 번번이 차를 놓치게 된다.

배차시간도 일정치가 않아서 어떤때는 두세대가 한꺼번에 지나가고,어떤때는 몇십분씩 기다려야 한다. 버스운행 시간표가 정류소마다 붙어 있는 다른 나라의 예는 꿈같은 얘기다. 출퇴근시간의 교통지옥은 또 어떤가. 간신히 만원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자신의 팔다리가 그냥 붙어있는 것을 고마워해야 한다.

시민들은 매일같이 난폭하고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차를 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심성이 거칠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수도하는 사람도 힘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진저리가 나서 돈이 조금 생기면 내차를 사겠다고 벼른다. 우리나라의 차량보유대수가 4백만대를 돌파하고,하루 2천대씩의 자동차가 늘어나 교통난을 심화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대중교통수단 이용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다.

17일 대학입시날 새벽엔 또 시흥역에서 전철이 고장나 시험치러 가던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각 대학들이 입실시간을 늦춰주긴 했지만,이 소동을 겪고 필사적으로 달려 교실에 도착한 학생들이 무슨 경황으로 시험을 쳤을까. 교통지옥과 입시지옥을 하루에 겪은 그 젊은이들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GNP가 아무리 올라가도 교육환경과 대중교통수단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나라라면 뭔가 크게 잘못된 나라이다.<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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