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학력고사를 하루앞둔 16일 전국의 대학캠퍼스와 진입로는 예년과 다름없이 후배들을 격려하는 격문으로 뒤덮였다.입시격문들은 수험생들의 용기를 북돋워주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딱딱한 구호보다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문구를 사용하게 마련. 또 대학생다운 시각으로 정치·사회문제를 예리하게 풍자,나름대로 그해의 세태를 반영하는 역할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수준높은 풍자성 격문보다는 TV코미디프로의 유행어나 대중가요 가사를 모방한 표현이 주류를 이루었다.
가장 흔한 소재가 코미디나 CF를 그래도 본뜬 것들.
「부채신이여… 합격이다」 「붙어도 괜찮어유』 등이 코미디의 유행어를 딴것이고 「뭔가 화끈한 맛을 못봤군. 이봐 매운맛좀 보여주라고」 「지금 이순간 여유로 다가와… 멋진 여자 멋진 ○○ 오! 합격」 등이 CF를 차용한 것들이다.
최근 유행하는 「최불암시리즈」 등 유명연예인들을 동원한 격문도 부쩍 눈에 띄었는데 「최불암도 못입학한 최진실도 감히 얼씬 못하는 ○○」 등이 대표적인 예.
대중가요 및 영화제명을 딴 격문도 홍수를 이뤘다. 「합격은 ○○보고 웃지」 「미소속에 비친 ○○」 모고교 동문회는 아예 최신 인기가요를 시리즈로 엮기도 했다.
자극적 효과를 노린 거친 욕설과 비어·속어도 남발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악 ○○고 힘×빠지게 내라」 「××들아 쫄면 지기뿐다」 「모두다 ×됐다. 그러나 우리는 화이팅」,심지어 모여고 동문회조차 「개떼처럼 모여서 ××나게 차마시고 합격하세요」라는 격문을 내걸었다.
이날 모대학 예비소집장에 나온 한 수험생의 아버지는 격문들을 읽어보고 나서 『대학생들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되니 크게 실망했다』며 입맛을 다셨다.<남대희기자>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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