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그러니까 15세기 중엽의 지식인 서거정은 제주섬의 풍물을 유난히 사랑했다. 『꽃사이 눈이 그득한데 파랑새 울고/서리가 울타리에 깊었으니 노란 귤이 익었도다』고 그는 읊었다. 또 예찬했다. 『땅이 신선의 섬(선도)에 이어졌으니/…향기로운 귤은 중국의 포도보다 뛰어나네(향감절승한포도)』제주의 독특한 풍물 가운데서도 돌로 쌓은 담은 특히 눈을 끌었다. 그래서 <동국여지승람> 은 그 풍속을 적으면서 『돌을 모아서 담을 쌓았다』고 특기했다. 또 『한라산 꼭대기에 큰 못이 있는데 사람이 떠들면 안개가 일어나서 지척을 분간할 수 없다』고 했다.
제주섬은 우리나라 유일의 난대성식물들이 분포돼 있는 신비의 섬이다. 또 한라산 꼭대기 백록담은 남한 유일의 분화구 호수요,평소 물이 마른 골짜기들은 물에서 볼 수 없는 화산도의 신비로운 경관이다. 문화재보호법 제2조 3항에 의하면 당연히 섬 전체의 자연을 문화재로 지정·보호했어야 했다.
그 독특한 돌담과 밭머리 무덤,초가 그리고 해녀도 당연히 문화재로 지정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제주섬 전체를 당연히 문화재로 지정했어야 했다.
그 독특한 사투리 아마도 우리의 중세어의 화석이 아닌가 싶은 사투리도 문화재로 지정해서 그 고장 각급학교에서 가르치고,사투리를 쓰는 시와 소설과 연극을 장려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제주 사람은 영원히 초가집에서 살란 말이냐고 항의할지도 모른다. 과거에 그런 항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국토건설종합계획법은 「국토의 자연조건을 종합적으로 이용·개발 및 보전하며,산업입지와 생활환경의 적정화를 기하기 위해」 국토건설종합계획을 법제화하고 있다. 이 법과 이 계획에 따라 제주섬에는 도시계획이 있고,토지용이 지정돼 있다.
정부·여당은 70년대말부터 뻥긋하면 제주섬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해왔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제주도 개발특별법안은 제주도를 한국판 하와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족의 공유재산인 제주섬의 하와이화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제주도도 국토의 일부인 이상,국토건설종합계획법의 정신에 따라 「균형발전」이 보장돼야 한다. 특별법은 개발의 이름아래 땅투기꾼들의 배를 채워주는 「파괴법」이 될 것이다.
우리 세대에 와서 이 신비의 섬을 짓밟아 노다지판으로 만드는 비극을 가져와선 안된다. 입법을 강행한다해도 결국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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