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오늘 석간을 발행합니다.이른 새벽 조간을 낸뒤 다시 한낮에 새소식을 모아 석간을 만들어 배포하는,「조석 양간제」의 시작입니다.
한국일보 석간발행의 새로운 출발이 한반도에 화해기운이 고조된 역사적인 시기에 겹쳐있음은 자못 경사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30년 가까이 조간 단간제를 유지해온 한국일보가 조간에 더하여 석간을 발행하고 나서게 된데에는 몇가지 분명한 당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조석 양간제는 무엇보다도 이 시대와 독자의 요구에 따른 결과입니다.
오늘의 세계는 아침과 저녁으로 흐름이 뒤바뀌는 급전환의 역사,그 소용돌이 가운데에 있습니다. 시대는 시시각각 요동치고 있으며,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가야하는 모든 개인과 공동체는 보다 빠른 소식과 보다 정리된 지식,그리고 보다 친근한 위안을 신문으로부터 얻고 싶어 합니다.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신문저널리즘의 원초적인 기능이라고 할때,한국일보가 오늘부터 선보이는 조석 양간제는 독자의 정보욕구에 대한 최선의 봉사,뉴스속보를 위한 24시간 취재보도·배달체제의 실현이라는 중요한 뜻을 함축합니다.
오늘의 신문독자는 우리 사회구조가 그런것처럼 다양하고 전문적이며 분화된 요구를 신문에 대해 제기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신문 현실은 사회와 독자로부터의 요구를 온전히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신문이 그 신문」이라는 세평은 우리 신문의 획일화·몰개성 현상을 적절하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오늘 조석 양간제 시대를 개막하는 한국일보는,이 자리에서 감히 「다른 신문과 다른 신문」이기를 다짐하려 합니다.
한국전쟁의 잿더미위에서 창간된 이래 한국일보는 정론과 진실보도는 물론 문화이벤트·제작기술·판매·배달에 이르기까지 신문기업의 모든 측면에서 언제나 신선한 자기개혁을 주도해왔습니다.
한국일보가 기성의 권위나 기득세력의 틀에 안주하기를 거부해온 신문임은 우리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발을 맞추어온 일련의 신문혁명 노력이 증거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자 발행이 표명하고 있는 쉼없는 봉사정신,과감한 증면단행,투자와 기술과 정신력의 결합인 전국 동시 인쇄시대의 개막 등이 그러한 노력의 사례들입니다.
한국일보는 특히 전국 동시인쇄와 최대의 전국 취재망이 엮어내고 있는 최근의 괄목할만한 경영성과의 바탕위에서 오늘의 석간 발행을 결행함으로써,한국언론사에 또 한번의 신문혁명을 점화한다는 자부심을 간직합니다.
일찍이 1954년 6월9일의 창간사설을 통해 한국일보는 「신문의 독립성은 신문경영의 경제적 기반위에서만 이룰수 있는 것이며,신문의 질적 향상 또한 그 기업적 자활로써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강력하게 피력한바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7년여전에 다짐된 당시 창간발행인의 이같은 선구자적인 신문경영관에 우리는 각별하게 유의하고자 합니다.
경영혁신에 따른 경제적 자립에 바탕을 두지않는 신문의 독립성 유지나 질적 향상은 말의 허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일보는 창간정신의 리얼리즘위에 단단히 기초하여,지면의 내용과 질에 있어서 단연 앞서가는 세계수준의 정론지를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다할 각오입니다.
오늘 우리의 선택은 결코 모험일 수 없습니다.
이것이 확고한 신념의 결과임은 조석 양간제의 시작과 함께 가시화될 「한국일보 3백만부 시대」가 증언할 것입니다.
한국일보는 독자여러분과 더불어 21세기의 지평을 개척해나가겠습니다. 격려와 편달을 바랍니다.
1991년 12월16일 한국일보사 사장 장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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