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피해 막으려 끝까지 조종간 잡고 산화/광주 F5A기 사고 이상희대위/추락지점 찾느라 실기/육성테이프로 밝혀져【광주=임종명기자】 지난 13일 광주 상공에서 훈련비행중 공중추돌 사고로 F5A기와 함께 광주 서구 유덕동 덕흥마을 옆에 추락,숨진 고 이상희대위(23·1계급추서)는 추돌직후 낙하산 탈출기회가 있었으나 기체가 민가를 덮치는 것을 막기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잡고있다 애기와 함께 산화한 것으로 밝혀져 군내외에 큰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위는 사고당일 하오 3시1분께 F5A번기를 몰고 빨간 마후라를 매기위한 마지막 관문인 공중사격 비행실습을 마치고 착륙하려다 앞서 착륙을 시도하던 A5A 3번기와 공중추돌했다.
사고직후 3번기에 타고 있던 교관 한호승대위(29)는 낙하산으로 비상탈출,목숨을 건졌으나 이 대위는 기체가 가옥이 밀집한 덕흥마을을 향해 급강하하자 민가가 없는 추락지점을 택하다 비상 탈출할 시간을 놓쳤다.
덕흥마을앞 미나리밭에 추락,산산조작이 난 기체에서 뒤늦게 찾아낸 녹음테이프에는 『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전방에 마을이 보인다. 탈출이 불가…』라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이 대위가 외친 마지막육성이 녹음돼 있었다.
공중추돌에서 추락까지의 사고순간을 지켜본 이 마을 문구식씨(65)는 『추돌한 비행기중 한대가 추락지점을 찾듯이 방향을 바꿨다』며 『만약 그대로 추락했더라면 덕흥마을 민가를 덮쳐 엄청난 피해가 났을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위가 애기와 함계 추락한 지점은 민가에서 불과 1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미나리밭이다.
당시 추락으로 파편이 튀어 이마을 윤형철군(11·극락국교 4) 등 주민 3명이 중화상을 입고 가옥 4채의 울타리 들이 부서지는 피해가 났으나 이 대위의 희생정신이 없었더라면 더큰 참화가 빚어졌을 것이라고 군관계자들은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아버지 이주열씨(61·농업)와 어머니 이원순씨(53)의 장남으로 2남6녀중 일곱째인 이 대위는 어릴적부터 파일럿이 되는게 꿈이었다. 항공대학 항공운항과를 졸업한 지난해봄 학군 17기로 공군소위로 임관,조종사의 길에 들어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평소 침착하고 성실한 초등·중등·고등비행 훈련과정에서 줄곧 수석을 차지했던 이 대위의 순직소식을 들은 동료 및 교관들은 한결같이 훌륭한 전투조종사를 잃은 슬픔에 젖어있다.
15일 공군부대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서 이 대위의 아버지는 『딸 여섯을 낳고 얻은 귀한 아들을 잃어 원망도 컸지만 민가의 인명피해를 막기위해 마지막까지 조종석을 지켰다는 소식을 듣고 이젠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눈물을 감췄다.
이 대위는 이날 하오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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