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망명작가 게오르규가 소설 <25시>를 발표한 것은 1949년이었다. 원자과학지회보 표지에 핵전쟁의 위험을 시간으로 나타낸 지구종말시계가 실린것은 그보다 2년전인 1947년이었다. 세계의 베스트셀러였던 <25시>는 이제 장서가의 서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지구종말시계는 아직까지도 원자과학지회보 표지에 계속 실리고 있다. ◆지구종말시계는 핵물리학의 개척자인 앨버트·아인슈타인 박사의 발의에 동료학자들이 호응하여 창안되었고 후학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핵 에너지의 개발과 연구에 종사하는 이들은 핵 에너지가 인류 문명을 파괴시켜서는 안된다는 학자적인 양심과 사명감으로 지구종말시계를 통해 전쟁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세·신무기개발·군축협상 등을 기본자료로 하여 20명의 운영위원들에 의해 결정되는 지구종말시계의 시간은 최초로 공표되었던 1947년에는 0시(핵전쟁 발발시간) 7분전이었고 지난 44년간 14차례나 재조정되었으며 지난달에 새로 맞춰진 현재의 시간은 17분전인 11시43분으로 지구 종말시계가 등장한 이래 분침이 가장 뒤로 밀려진 상태다. ◆1949년 소련이 원자폭탄을 보유한데 이어 미국이 수소폭탄실험에 성공한 1953년에는 종말 2분전까지 바짝 다가선 이 시계의 분침은 동서진영의 대치가 살벌했던 냉전체제서는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않다가 미소간에 1차 군축협상(SALT) 합의가 이루어진 1972년 처음으로 두자리수인 12분전으로 물려졌었다. ◆동구공산 체제가 붕괴된 1990년에 맞춰진 시간은 10분전이었는데 소련 보수세력의 쿠데타 실패이후 미소가 경쟁적으로 핵무기 폐기를 선언하자 지구종말시계의 분침은 한꺼번에 7분이나 뒷걸음친 것이다. 그러나 소 연방의 완전해체로 각 지역에 배치된 핵탄두 발사버튼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혼미해지고 그에따라 전쟁위험마저 증대하여 지구종말시계의 분침을 다시 맞춰야 하게 되었으니 핵전쟁의 불안과 공포는 끝없이 명멸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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