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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질 아버지 고소/10대 남매의 마지막 선택(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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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질 아버지 고소/10대 남매의 마지막 선택(등대)

입력
1991.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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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경찰서는 14일 자식으로부터 고소당한 장모씨(46·노동·전과 3범·노원구 중계1동)를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장씨는 딸(16·공원)과 아들(14·무직) 남매와 친어머니 김모씨(78)에 의해 지난 10일 고소당했다.

장씨는 피소 전날밤 10시께 만취해 집에 돌아왔다가 겁에 질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있는 남매를 식칼로 방문을 부수며 위협,끌어낸뒤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아버지가 지쳐 곯아떨어질때까지 몇시간을 공포에 떤 남매는 온몸에 피멍이 든 서로를 붙들고 밤새우다가 다음날 할머니를 설득,함께 경찰서에 가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자녀가 아버지를 처벌해달라는 요구에 처음 난감해하던 경찰은 『제발 아버지와 떨어져 살수있게만 해달라』는 남매의 울부짖는 호소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이들 남매에게 가정이란 오직 공포를 의미할만큼 아버지에게 당한 학대는 참혹한 것이었다.

노동판을 전전하는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하루꼬박 소주 2∼3병을 마시고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아야 비로소 잠이 드는 못된 주벽을 가진 사람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때도 밥먹을때 소리를 낸다든가 큰소리로 얘기한다든가 등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두들겨 팼다. 해지기전에 집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빨래줄로 온몸을 묶여 몽둥이 찜질당하는 일은 보통이었다.

아버지는 남매에게 배움의 기회도 주지않았다.

노동판 일당으로는 술값조차 감당할 수 없던 아버지는 딸을 국민학교만 졸업시킨뒤 봉제공장 등에 내보내 생활비를 벌어오도록 했다. 아들도 지난해 별 이유없이 중학 1년에서 중퇴시켰다.

남매의 어머니는 이미 10년전에 매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으며 장녀(19)도 가출해 소식이 끊긴지 3년이 넘었다.

장씨는 84년에 어머니를 때려 존속폭행죄로 1년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아버지를 구속시킨 「패륜」의 남매가 『이제 안심하고 잠잘수 있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찰관들의 표정은 착잡하기만 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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