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속 2시간여 음식·미인·스포츠등 화제로/“이산가족의 한 가장 먼저 풀어야”/노/“먹고 먹히는 통일 아닌 연방제로”/연노태우대통령은 13일 상오 연형묵 북한 정무원총리 등 고위급회담 북측대표단 일행을 접견한데 이어 오찬을 겸해 2시간여동안 양측대표단과 향후 남북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연 총리 일행의 청와대 면담은 상오11시15분부터 30분간 노 대통령과 연 총리가 개별요담을 가진데 이어 양측의 회담대표 전원과 오찬을 함께하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이수정 청와대 공보수석은 『향후 남북관계를 비롯,냉면 미인얘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제가 나왔고 분위기는 시종 화기가 넘치고 정중했다』고 발표했다.
다음은 대화내용.
▲노 대통령=「남북합의서」 채택은 역사적인 일이며 이같은 성공적 타결을 이룬데 대해 온국민과 함께 치하합니다.
우리나라는 20세기 들어 한동안 식민통치를 받기도 했고 그이후 남북분단과 전쟁을 겪는 등 강대국들의 희생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의 합의서 타결로 과거의 비극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시발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합의서 도출은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민족의 염원에 따르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는 남북통일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꿈도 잘되도 그만,못되도 그만일지 모르나 통일은 현실로 이뤄야하는 일이며 우리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일입니다. 이제부터는 합의서 내용을 실천,실현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듯이 훌륭한 시작이 있었던 것처럼 합의서 내용을 남북이 성실히 실천해서 통일을 이루는 역사의 금자탑을 반드시 세워야겠습니다.
3가지 골자로 돼있는 이번 합의서 내용중 평화가 모든것의 바탕이란 생각을 우선 해봅니다.
이땅에서 전쟁이 재발돼선 안된다는 합의,평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남북간의 같은 인식을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합니다.
불가침 문제만해도 명시적인 문서나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킬 수 있다는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교류협력 관계에 있어서도 정치·사회단체 차원보다는 민족개개인의 인도적인 문제,인륜의 문제가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나이 70을 넘긴 이산가족이 혈육을 그리워하는 그런 한을 풀어주지 않고서는 남북문제의 진정한 개선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도 대통령으로서 이 일을 이루지못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마련돼 대단히 기쁩니다.
남북이 한 나라가 된다면 영국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김일성주석도 이 세기가 가기전에 민족문제·분단문제를 해결해야 역사에 훌륭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연 총리=대통령 각하께 아주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데 대해 전원을 대표해 사의를 표합니다. 우리에게 주신 훌륭한 말씀은 경매하는 주석님께 그대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이번 합의서 채택으로 평화통일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믿으며 불가침과 교류협력 실현에도 큰 의미를 도출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이 좋은 시작을 소중히 여기고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위대한 수령께서는 늘 통일을 생각하시고 북과 남이 사상과 제도를 초월해 어느 한쪽이 먹고 먹히는 통일이 아니라 연방제에 의한 통일의 실현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고 계십니다. 또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고 필요하다면 대통령 각하께서 말씀하신 방안도 같이 내놓고 토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하께서 말씀 하셨듯이 민족내부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감의 뜻을 표합니다.(노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 일행은 오찬장으로 옮겨 동동주로 건배를 한뒤 대화를 계속)
▲연 총리=바쁘신 중에서도 따뜻한 오찬을 베풀어주신데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노 대통령=아무리 바빠도 이런 기쁜 일에 점심보다 더 융숭한 대접을 했어야 했는데 돌아갈 길이 바쁘다고 하시니 그냥 점심으로 대신한 것입니다.
옛말에 남남북녀라고 했는데 우리 농촌 총각들은 신부감이 없어 중국 동포 처녀들을 신부감으로 구하기도 한답니다. 두분 총리가 남북의 처녀총각들을 중매할 수 있을 정도로 남북관계가 진전됐으면 좋겠습니다.
옛날부터 강계미인이 유명하지 않습니까.
▲연 총리=강계미인도 미인이지만 회녕이 더욱 유명하고 그 지역에 미인들이 많습니다. 제 고향도 회녕근처 입니다. 아마 기온이나 물관계에 영향이 있나봅니다.
▲노 대통령=(김광진 임민무력부 부부장을 가리키며) 다음에 오실때는 우리 군을 직접 방문해 남북한 군의 차이점을 보는것도 좋을 것입니다.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은 건강이 어떻습니까.
▲김 부부장=그전에는 몸이 좀 불편했으나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연세는 74세 입니다. 이번에 불가침 합의가 되어 전쟁을 하지않고 북과 남이 평화를 추구하게 된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요즘은 사회전체가 젊어진 탓인지 60대는 청년이고 70대는 장년,80∼90대가 돼서야 노련이라고들 합니다.
김 주석은 TV에서만 봤는데 건강이 어떠십니까.
▲연 총리=한달에 한번씩 농촌에 가시는 일을 좋아합니다. 서울 오기전에도 20분간 만났는데 아주 건강하십니다.
▲노 대통령=김 주석의 건강비결은 무엇입니까.
▲연 총리=많이 걷는게 비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농촌에도 자주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수영도 가끔씩 하시고요.
▲백남준 조평통서기국장=강영훈 전 총리가 김 주석님께 같은 질문을 했을때 주석께서는 「뭐든지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낙천적으로 일하는게 내 건강의 비결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노 대통령=현재 우리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도 기술산업으로 경제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사회전체적으로도 기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김정우 대외경제사업부 부부장=그렇게 될 경우 잉여 노동력의 처리문제가 큰 문제가 아닐까요.
▲노 대통령=(웃으며) 그럼에도 사람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제조업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강현욱 경제기획원 차관을 가리키며) 강 차관이 한번 설명 드리지요.
▲강 차관=산업구조 조정에 따른 노동력 감소보다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인구증가율이 감소돼 기계화에 따른 유휴노동력 처리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노 대통령=앞으로 남북간에 경제협력이 시작되면 일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두만강 개발사업 같은 것도 남북이 협의를 통해 나가면 남과 북 모두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연 총리=그 사업은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의 10여개 기업을 위시한 시찰단이 내년 1월중 북한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노 대통=(화제를 음식얘기로 돌려) 우리 음식 맛이 어떻습니까. 평양냉면 맛은 옛날 그대로 입니까.
▲연 총리=냉면은 옥류관 냉면이 별미 입니다. 국수의 짙은 남북이 똑같은데 양념과 조리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 대통령=서울평양간 거리는 서로 오갈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먼 거리였으나 합의서 채택은 서울평양간 거리를 반나절 거리로 만드는 바탕이 됐습니다. 어떻습니까,이번에 오셔서 우리 언론이 좀 복잡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언론은 어떻습니까.
▲연 총리=북한의 언론은 북잡할게 없습니다. 모든 인민이 사상적으로 위대한 주석과 완전히 하나가 돼서 단합돼 있으니 논쟁할 것도 북잡할 것도 없습니다.
▲노 대통령=(우리나라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언론에 모든것을 균형있게 보도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데 자유언론의 생리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신문을 펼치면 경쟁보도 때문인지 살인 등 범죄기사가 크게 취급돼 마치 잘못된 사회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화제를 날씨얘기로 바꿔) 대동강은 요즘 얼었습니까.
▲연 총리=엣날 같으면 얼었을덴데 서해갑문 공사후에는 얼지 않습니다.
▲노 대통령=남북간에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면서 협력하면 잘될 것입니다(해외건설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동아건설은 리비아에서 직경 4m 도수관을 수천㎞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 건설업체들이 3억∼4억달러 규모의 해외공사 등을 많이 하고 있지요.
▲연 총리=리비아에서 돈을 벌수 있습니까. 돈은 잘줍니까.
▲강 차관=돈받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돈이 아니더라도 석유로 받으면 되기때문에 문제될 것이 별로 없습니다.
▲노 대통령=7천만이 통일이돼 하나가 되면 경제단위로도 자체시장을 갖게되고 나라발전이 훨씬 가속화 돼 잘사는 나라건설에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스포츠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북한에서도 야구나 수영을 많이 합니까.
▲연 총리=탁구가 제일 흔하고 야구는 군중화(대중화)가 안돼 있습니다. 기원도 있고 젊은 친구들은 장기를 많이 둡니다.(노 대통령이 식사가 끝나갈 무렵 남북관계의 진전에 노력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고 연 총리는 『핵문제를 포함한 대통령 각하의 말씀은 그대로 주석님께 보고 드리겠으며 훌륭한 말씀으로 저희 마음을 더욱 가볍게 해주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노 대통령은 북측대표단에 은수저 1세트와 양복감 한벌씩 을 선물했고,연 총리에게는 부인용 한복지 한감을 특별히 선물했다.
김 주석에 보내는 별도의 선물도 전달됐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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