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질성 회복 대화 붐 일듯/냉전종식따라 군축 부상/내용 실질 구현에는 험로… 인내·성실 필요남북한이 12일 합의점에 다다른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한마디로 향후 남북 관계의 골격을 그리는 「대장전」의 성격을 갖는다.
합의서의 내용이 구체화되면 남북은 인적·물적교류,군축논의,이산가족문제 해결 등을 통해 동질성 회복과 분단극복을 위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번 합의서 마련으로 남북 양측은 통일을 향한 거보를 내딛게 됐으며,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볼수 있다.
이와함께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기본틀을 다졌다고 볼 수 있으며,더 나아가 동북아 지역에서의 화해와 협력의 신질서 구축을 주도할 수 있는 터전이 비로소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의서가 서명되었다고 해서 남북관계의 모든것이 일시에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남북 모두의 앞에는 합의서를 구체적으로 구현해 나갈 험난한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이 이미 지나온것보다 더 힘들고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한의 보다 성실하고 타협적인 자세가 요구되며 이것이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회담에서 양측이 그려낸 합의서는 화해,불가침 교류협력의 각 분야는 물론 남북관계 전반에 걸쳐 획기적 전환점을 갖기게 충분한 엄청난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합의서 내용중 먼저 「화해」 부분은 남북양측이 그동안의 정치적 대립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내부문제 불간섭 ▲상대방 체제인정 ▲비방중상금지 ▲파괴전복 행위 중지 등이 그 예이다. 특히 「남북간의 평화상태 전환」 조항은 북측이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대한민국의 당사자 자격을 부인할 수 없는 효과를 지니는 것이다. 북한은 이전에는 우리가 아닌 「미국」을 평화협정의 대화상대로 고집했었다. 이 문제가 절충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의 하나였다.
「불가침」 분야는 남북의 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기본적 조치들을 담고 있다. 이는 또 앞으로 남북 사이에 군축이 새로운 핵심과제로 등장할 길을 열어 놓고 있어 주목된다. 구체적으로는 ▲무력사용불가 ▲분쟁의 평화적 해결 ▲각종 군사적 신뢰조치 강구 및 군비축소 추진 ▲군사직통전화 설치 등이 규정돼 있다.
「교류협력」 부문은 남과 북의 인적·물적 교류확대,문화협력 증진 등을 통해 민족동질성의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과 「민족내부 교역으로서의 물자교역」,남북경제공위 설치 등의 항목이 들어있어 1천만 이산가족과 경제계 등에 큰 기대를 갖게한다.
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남북간의 각종대화가 활발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남북의 협상타결 이면에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변화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의 평화구현을 위해 이번 5차 회담이 큰 분수령이 됐다는 의미가 이 대목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또한 북측이 전제조건으로 주장했던 「고위급 회담의 성과」가 도출됨으로써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역시 매우 높아졌다.
대내외 논리상 「대한민국」의 실체인정을 한사코 거부해왔던 북한의 종전입장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남북한은 우선 당장 합의서 내용중 자신들이 종래 주장을 후퇴시킨 부분에 대해 각자의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북측은 기존의 「하나의 조선」 「남측의 영구분단 획책 및 흡수통일 기도」 논리들을 합의서의 내용에 어떻게 조화시켜 변행해 나갈지 주목된다.
남북 양측이 5차 회담에서 합의점을 찾게된 배경과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합의서 채택에 의해 양측이 거둘 수 있는 효과적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기존주장의 대폭 후퇴로 합의서 마련을 사실상 가능케한 우리측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개방과 변화유도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를 합의서 채택 및 실천을 통해 끌어내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는 이제 얼마남지 않은 6공의 핵심정책 과제인 「북방정책」의 귀착점에 빨리,손쉽게 다다르는 길일수도 있다. 또 합의서 채택과 핵문제 연계 방침으로 보아 북한의 핵무기 개발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의 하나로 합의서의 완결을 이용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에비해 북한은 최근의 국제적인 압력 등 핵과 관련한 어려운 상황으로부터의 탈출구로서 남북관계의 대변화를 절실하게 원했던 것 같다.
북한측은 또 핵문제와 함께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을 요구하고 있는 일본 및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문제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도 합의서 채택을 강력히 희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덧붙여 남북 모두가 남북회담의 진전을 기대하고 있는 국내외의 시각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다.
남북관계는 5차 서울회담을 계기로 큰 획을 그으며 변화의 틀을 잡아갈 것이 확실하다.
또한 그 변화의 틀은 7천만 민족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이 미쳐갈 것이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남북관계는 이번의 서울회담을 계기로 분단 46년만에 비로소 냉전의 틀을 깨고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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