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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에도 3D현상(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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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에도 3D현상(사설)

입력
1991.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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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소위 「3D현상」은 산업현장 근로자들에게만 만연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3D현상이 어려운 일은 피하고 쉽고 편하게 사는길을 의미한다면 사법·행정·외무시험 등 속칭 고시합격자들과 의시지망생,일반 대회사의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직종 전반에까지 그 현상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는 보도다(서울경제신문 12일자 19면). 「블루칼라」의 3D가 제조업의 공동현상을 가속화시키는데 반해 「화이트칼라」의 이같은 풍조는 사회중추에 이상현상을 빚게되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현상이 근로자쪽에서 면저 시작됐는지,사무직쪽에서 먼저 선도하게 됐는지를 가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미 젊은이 세대에서는 일반화 됐다는 것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성적우수 집단이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것에 비해 사회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판·검사직보다는 자유롭게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변호직을 곧바로 택하는 풍조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3∼4년전부터로 알려졌었다. 행정시험 합격자들도 지방근무로 불기피한 「지방살이」의 불편과 시·군의 일선행정을 맡는데 따르는 위험부담률과 어려움,신분보장의 취약성 때문에 내무부와 산하 시·도 근무를 기피하고 서울살이가 보장되는 서울시와 대민업무와 적은 중앙부처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4∼5년전부터 두르러졌으며 지자제 실시로 시장·군수 등 지자체장이 선거직이 됨에 따라 요즈음은 운동을 해서라도 내무부쪽으로 발령을 모면하려고까지 한다는 것이다.

후진국 근무가 많은 외무시험 합격자들과 대기업의 일반직도 같은 현상이며 의사지망생들도 힘드는 외과를 기피하고 도시에서 돈잘버는 성형외과·안과 등에 몰린다는 것이다. 학문분야도 기초과학쪽의 기피현상이 아주 심해 미래를 책임질 기술두뇌 양성의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의 젊은세대들이 너나없이 이처럼 「힘덜들이고 쉽게 돈벌어 편하게 사는」 안이한 삶의 가치관에만 탐닉하게 돼버렸다는 것일까. 보람있는 일에 도전하고 온갖 고생을 무릅쓰며 일생을 거는 모험을 통해 값지고 큰 것을 성취하는 인생관을 가진 젊은이들이 점차 줄어들어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이 민족 공동체의 앞날은 너무나 절망적이지 않을까 두렵다.

산업사회가 발전할수록 개인은 원자화되고 왜소해지면서 이기주의화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사회발전의 추세라고는 하지만,우리 젊은이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가치관의 확산은 그 속도가 너무나 빠른 것이어서 대책도 빨리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쩔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은 장기대책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으며 그 출발점은 2세 교육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자녀들을 과보호해서 「온실의 꽃」과 같은 나약한 젊은이로 키워낸 가정부터가 반성해야 한다. 각급학교는 「점수따기 기계」로 키우는 입시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사람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어려운 과제는 결국 정치권이 교육을 뒷받침해야만 성공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그렇지 못해서 2세들에게 더이상 올바르지 못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만을 계속 되풀이 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매우 암담해질 것임을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책수립에 나서 줄것을 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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