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련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슬라브계 3국의 「독립국가공동체」 창설로 소연방 해체가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한국의 대소경협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대소경협에 있어 우리가 염려해야 할 점은 연방해체에 따른 경협자금의 상환주체가 불명확해진다는 사실이 아니다.그것은 비록 소 연방이 완전 해체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러시아공화국은 연방의 합법적 승계자가 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한 바 있으며 향후 경제개혁 성공의 관건인 서방으로부터의 추가 경제지원의 확보를 위해서도 개별 공화국들이 기존의 외채문제 해결을 도외시 할 수 없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소경협 전략은 유명무실한 연방의 유지여하나 새로운 소규모 공화국 연합의 장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구소련 전체의 경제운명에 관건을 쥔 러시아공화국의 경제개혁 성공여부에 대한 판단에 기초하여야 할 것이다.
러시아공화국 경제개혁의 총대를 멘 사람은 약관 35세의 이르고 가이다르(Egor Gaydar) 공화국 부총리이다. 옐친의 측근인 브르불리스 국무부 장관의 경제참모이었던 그가 하루아침에 러시아공화국 경제총수 자리에 오른 것은 경제공동체 참여하의 경제개혁을 주장해 온 전임 경제부 장관 사부로프와의 경제개혁 노선을 둘러싼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지지 부진한 경제공동체 조약에 더 이상 연연할 수 없는 상황하에서 러시아공화국의 독자적 경제개혁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신세대의 전면등장이 불가피하다는 옐친의 결단력과 인식전환이 주요원인 이었다고 생각된다.
가이다르의 경제팀 총수로서의 부상은 옐친이 지난 10월말 금년말까지의 가격자유화를 골자로 한 러시아공화국 독자의 급진적 경제개혁안을 발표했을때부터 예상돼왔던 일이었으며 지난 11월19일 발표된 수출입의 완전개방 및 환율 자유화를 골자로 한 「대외무역활동자유화 법」은 이들 신경제팀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국내 가격자유화에 앞서 먼저 환율자유화 및 국내에서의 외화사용의 금지를 통해 루블화의 국내태환화의 달성을 목적으로 한 야심적인 조치이다.
이러한 가이다르 경제정책의 특징은 우선 러시아공화국을 통해 시범적인 가격자유화를 실시하여 비교적 물가수준이 낮은 벨로루스나 우크라이나 등 여타 공화국에서의 가격자유화를 유도하려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가격자유화는 사유화나 비독점화 조치가 선행되거나 적어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주장에 반해 가이다르 팀은 사유화나 독점기업의 해체를 위한 시간상의 제약을 이유로 가격자유화를 우선 먼저 실시한 후 그에 따른 문제점을 세제상의 규제조치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비록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경제공동체안에 서명하고 정치적 신연방조약의 체결에 있어 원칙적으로 고르바초프에 협력해 왔다 하더라도 이미 지난 10월말 이래 가이다르 경제팀을 중심으로 독자적 경제개혁을 추진해 옴으로써 러시아공화국은 연방해체에 사실상 대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공화국은 경제공동체를 구성하여 중앙정부의 경제적 통제를 받는 것보다 필요할 경우에만 공화국간의 쌍무적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슬라브3개 공화국의 「독립국 공동체」 창설도 결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공화국간의 경제협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구소연방의 해체여부나 식량폭동 가능성보다는 옐친의 경제개혁이 내년 가을까지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냐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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