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세계질서의 개편기에 살고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동유럽 공산권의 붕괴에 이은 소비예트연방의 붕괴가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유럽이 인구 3억4천만을 거느린 세계최대의 단일경제권으로 통합될 기본 골격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이틀동안의 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은 늦어도 99년까지는 경제통합의 마지막 단계로 단일화폐를 갖는다는데에 합의했다. 여전히 영국이 「유보권」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늦어도 99년까지는 EC의 경제통합이 완성돼야 한다는 최종적 스케줄에 합의한 것이다.
EC 12개국의 정치적 통합이 영국의 강력한 반대로 삐걱대고 있는 것과 달리,경제적 통합은 일단 그 전망이 확실해진 셈이다.
순전히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화폐 단일화로 EC 12개국은 연간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이익을 보게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원국간의 국경관리 비용만 한해 1백억달러가 절약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또한 단일화된 시장에서의 경쟁체제로 EC권은 5% 정도 생산증가를 보게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역내 각국 정부의 국내 기업보조를 금지함으로써 역외의 기업들에게도 바람직스런 기회를 주게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세계가 거대한 선진 경제블록의 울타리전쟁터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EC는 지난 10월 유럽 자유무역연합(EFTA) 7개국과 단일 유럽경제지역(EEA)으로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세계는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북미권과 서유럽권 그리고 일본이라는 3대 세력의 각축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코앞에 닥치고 있다. 유럽통합론의 앞장에 서있는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유럽은 미국과 일본에 대해 대등한 입장에서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국제상공회의소의 루에르 사무총장은 『베를린장벽과 철의 장막대신 통상장벽과 블록경제체제가 등장한다면 비극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EC측은 통합된 유럽이 『난공불락의 성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이들 선진권의 블록경제시대를 앞두고 우리는 기대보다 우려를 앞세워야할 입장에 있다. 전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우리나름의 대응책을 짜내야 할것이다. 세계경제의 블록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이제 막 공업화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아마도 일본권에 편입된 후진경제의 틀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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