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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예체능고사장/칸막이등 이중삼중 감독(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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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예체능고사장/칸막이등 이중삼중 감독(등대)

입력
1991.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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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학년도 대학입시 예체능 실기고사가 치러진 10일 각 고사장 분위기는 때맞춰 몰아닥친 「입시한파」 이상으로 잔뜩 얼어붙었다. 특히 연초부터 입시부정 사건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음악부문은 자못 살벌하기까지 했다.이날 상오9시30분부터 음악 실기고사가 시작된 서울 모대학 음악관 대·소 연주실은 마치 팬터마임극무대 같았다.

무대중앙에 그랜드피아노 1대가 놓였고 이곳과 채점위원들이 자리한 객석사이에 2.5m의 높직한 칸막이가 설치됐으며 채점위원들 사이에도 일일이 칸막이가 둘러쳐졌다.

수험생이나 채점위원들 모두 완벽하게 시야가 차단돼 고립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신호」가 될수있는 소리를 내지않기 위해 숨을 죽였다.

실기고사가 실시되는 동안 수험생의 낮은 발걸음 소리와 연주소리외엔 기침소리하나 나지않았다.

이 대학은 이번 입시에서 4개 대학과 공동관리단을 구성,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예체능계 이외 다른학과 교수 1명씩을 고사장에 배치해 공정성을 감독케하는 한편 입시업무 전체에 대한 사후감사 계획까지 마련하는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엮어놓았다.

학부모들은 고사장 주변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긴장을 삭이는가 하면 성경구절을 읊조리고 불경을 외기도 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초조감을 감당할 수 없는 학부모들은 자물쇠가 굳게 채워진 음악관 문밖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달랬다.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고생한 경험담으로 시작됐던 화제는 자연스럽게 채점공정성에 대한 불안으로 옮아갔다.

이들은 『1년 내내 입시부정으로 온나라가 몸살을 앓았고 오늘 시험장이 삼엄한 것을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고 애써 자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동생을 기다리던 한 청년이 쏘아붙인 말에 모두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삼남매가 모두 음악을 전공하고 자신은 클라리넷을 한다는 이 청년은 『고사장에서 발걸음·기침소리를 죽이거나 칸막이를 높인다고 해서 우리음악계 전반의 고질병이 치유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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