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을 구하기위해 기부금 입학제를 시행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찬반론이 맞서왔고,그 논쟁은 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는 있으나,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약하다는 점에서 허용시기에 대한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교수·학부모·학생들의 태도는 각기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정난이 보다 심각한 사립대학의 교수들은 국공립대 교수들에 비해 찬성률이 높고,이미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나 그 부모들은 아직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과 그 부모들에 비해 당연히 긍정적이다. 89년 연세대가 학생 1천명과 교수 1백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교수의 93%,학생의 53%가 기부금 입학제에 찬성하고 있는데,이는 일반인들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높은 찬성률이다.
기부금 입학제의 허용여부,한걸음 더나아가 시행시기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적 공감대라고 하지만 사실 국민들은 그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속에서 나라의 장래가 교육에 달려있다고 볼때 더 많은 돈이 대학에 투자되어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을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에는 모두가 동감하고 있으나,기부금 입학제의 득실을 따져볼 수 있는 자세한 자료를 갖고 있지 못하다.
기부금 입학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대학입시의 공정성 마저 무너진다는 것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도독적 우월성을 획득하고 있다. 반면에 기부금 입학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수세에 몰리기 쉬우며,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기여입학제를 시행하고 있다면 어던 기준안에서 하고 있는지,우리나라에서 시행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을 어떤 방안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제시하여 광범위한 논의를 유도하고 합일점을 찾아가야 한다.
기부금입학제 문제는 「돈」의 문제로 국한시켜 생각할 것이 아니고,대학의 학생선발권과 학생의 대학선택권을 함께 보장해 나가면서 그 한 부분으로 고려하는게 옮다고 본다. 현재 각 대학들은 학생선발,입시방법,등록금 책정 등에서 자율권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각기 다른 교육이념에 의해 설립되고 교육환경도 크게 차이가 나는 사립대학들을 획일적으로 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묶으로려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현 시점에서 해마다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 80만명에 이르고 대학정원은 그 30%선에 불과하여 입시과열을 빚고 있지만,10년만 지나가면 대입지원 인구가 45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학들은 지금부터 자율화속에 각기 특성을 키워 경쟁시대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한번 시험에 운명을 걸어야 하는 대학편의 위주의 입시가 아니라 몇개 대학을 지원하여 복수로 합격하고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학생 위주의 입시제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모든 수험생이 죽고 살기식 한판 승부에 매달리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부모의 부로 합격을 따내는 기부금 입학제가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공감은 커녕 어린학생들에게 돌이키기 힘든 부정적 가치관을 키워줄 가능성이 높다. 수험생도 학부모도 어느정도 숨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때 기여입학제의 득실을 따져볼 여유가 생기고,좀더 다양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게 될것이다.
현재 교육법 시행령은 외교관 자녀 등의 특례입학을 허용하고 있는데,「학교발전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기여」에 의한 특례입학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기여입학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교육부와 각 대학들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연구·제시하여 국민의 우려를 씻어줘야 한다. 「물질적·정신적 기여」를 인정한다면 무엇을 「기여」로 볼 것인가. 「기여」를 질적·계량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무엇인가. 「기여」의 시점은 입시전 어느시기까지로 잡을 것인가. 「기여」를 시험점수에 「가산점」으로 환산한다면 총점의 몇%이내로 할 것인가. 기여입학의 내용과 기금사용 내역은 어떻게 감사하고 공개할 것인가…. 이모든 규정은 시행하기로 결정한후에 마련할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마련하여 시행여부를 결정짓는 참고자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움직일 수 없는 전제조건은 대학의 학생선발권 뿐아니라 학생의 대학선택권이 동시에 보장돼야 한다는 것,그리고 입학연도에 「합격」을 돈으로 사고파는 입찰방식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편집국차장>편집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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