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1.12.07 00:00
0 0

진주만 기습공격 50주년이다. 일본해군 연합함대의 함재기편대가 공습을 개시한 시각은 현지시간으로는 1941년 12월7일 일요일 아침7시55분,미국수도 워싱턴은 같은날 낮12시55분,일본수도 동경은 12월8일 월요일 새벽2시55분,날짜야 어느쪽에 맞추든간에 반세기가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진주만공격을 보는 미국과 일본의 시각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엇갈리고 있는데 그동안 거듭된 역사의 부침 또한 예사롭지 않다. ◆진주만 기습공격만 놓고 본다면 함정 18척,항공기 1백88대,전사 2천4백3명,부상 1천3백47명 등 미국 태평양함대를 순식간에 만신창이로 만든 일본연합 함대의 작전은 출동중인 항공모함 3척을 공격치 못한 것을 빼놓으면 대성공이었다. 일본측 피해는 소형잠수정 5정,전투기 29대,전사자 64명이어서 미국측 피해와는 비교도 안되었다. ◆그러나 세모의 한가한 일요일 아침을 덮친 전격기습작전은 『진주만을 기억하자』는 구호로 미국을 똘똘 뭉치게하여 그후 3년9개월간 계속된 전쟁에서 일본을 참담한 패전국으로 만들었다. 인구의 2.5%인 2백50만명이 포화에 희생되고 전국토는 잿더미가 되었으며 지구상에서 최초로 원자탄을 얻어 맞는 등 군국주의의 종말은 허황된 꿈만큼이나 비참했다. ◆패전의 잿더미서 일어선 오늘의 일본은 이코노믹애니멀로 변신하여 군국주의자들이 무력으로 이루지못한 대동아공영권을 경제력으로 이루는데 그치지않고 전쟁서 이긴 연합국까지도 제압하고 말았다. 진주만뿐만 아니라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의 심장부가 연합함대 함재기의 기습공격이 아닌 엔화의 무차별 폭격을 받아 전승국이 어느나라냐는 비명이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은 광복 분단 전란 정변 고도성장 등 일본의 변신보다도 더 격심한 변화의 진폭을 겪었다. 승자가 패자가 되고 패자가 다시 승자가 되는 반전과 부심이 역사발전의 궤적이라면 현대사의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고 한국과 일본의 위상이 어떻게 정립될 것인가 진주만 50주년을 맞아 새삼 숙고하게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