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같은 무서운 재난은 언제나 사람들의 방심과 부주의의 틈을 노린다. 평소 방비와 점검만 제대로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법률로 방화설비·점검·훈련을 의무화하고 있고 화재가 잦은 겨울철만 되면 방화캠페인도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도 법을 지키지않고 주의를 태만히 해 재난을 거듭 자초한다면 인재가 되고 만다.4일 새벽 남대문시장에서 일어난 화재사건도 유감스럽지만 이같은 범주의 인재요 충분히 예견된 재난이었다. 능히 막을 수 있었던 재난으로 세밑대목을 고대하던 영세상인들의 꿈과 함께 4백여 점포와 상품들을 삽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수백억원의 손해를 냈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우리가 이처럼 예고된 재난이요 인재로 단정하는 것은 그 이유가 분명하다. 남대문시장은 지난 54년이래 지금까지 8차례나 대형화재가 일어나 화재의 대명사와 같은 곳이다. 잦은 화재전력에 비추어 방비가 오히려 튼튼해졌어야 하는데 여전히 미로속의 날림복합건물로 남아 소방무방비의 전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화재가 난 지역도 5개 건물이 모두 연결돼있어 한곳에 불이 나면 쉽사리 대형화 할 수밖에 없었고,점포마다 난로·전기장판 등 전열기구와 배선 및 인화물질이 위험하게 쌓여 있었으나 건물밖까지 설치된 가판대로 소방도로마저 잠식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평소부터 이 지역의 소방미비와 자체소방체제 전무사실이 널리 알려져 보험회사에서조차 가입을 거부해 왔었다는 점이다. 일반 주택이나 시설물도 보험가입이 거부될 정도이면 준공검사가 나지않고 보완될때까지 사용이 정지당하는게 원칙인데,하루에도 수만명이 들끓는 시장건물들이 태연히 소방부재지역인 채로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재래시장이라지만 건물구조 자체를 소방법을 제대로 지키지않고 지은 관리회사,그런 건물들에 준공검사를 내주고 보험회사도 마다한 곳을 소방점검에서 통과시켜온 관계 당국의 책임을 두루 묻지 않을수가 없다. 또한 아무리 생계수단이라지만 이런 열악한 소방환경 속에서 겁없이 상점을 열어온 상인들의 무신경과 부주의에도 일단의 책임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다.
대연각화재의 끔찍한 악몽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우리 사회이다. 미리 막을 수 있는 재난을 방심으로 자초해 감수했던 국제적 망신도 망신이려니와 가깝게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우리 스스로 소중히 알고 지킬 수 있을때 우리사회의 총체적 수준도 높아지고 생활환경도 개선되는 것임을 모두가 이제라도 자각할 시점이다.
바야흐로 화재의 계절이다. 추운날씨로 연중 가장 불과 전기를 많이 쓰고,연말연시의 흥청거림마저 겹쳐 방심이 또다른 재난을 불러오기 쉬운 때이다. 당국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정신을 차려 부끄러운 인재와 예고된 재난을 더 이상 일으키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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