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같은 점포·통로 “변칙건물”/소방설비 엉망 보험사도 가입 거부/진화초기 전력차단 안해 피해 커져서울 남대문시장 화재는 「현대식 재래시장」의 화재무방비 실태를 단적으로 드러낸 예견된 사고였다.
인파가 한창 붐비는 낮시간을 피해 불이 나는 바람에 큰 인명피해를 면하게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도로 남대문시장의 건물구조,소방설비,대응능력 등이 모두 엉망이었다.
불이 난 F동의 건물과 점포들은 보험회사에서 아예 가입을 거부할 정도로 소방설비 등이 취약했는데도 매년 3회 실시되는 종합소방점검과 월 1회 이상 실시되는 합동점검에서 늘 「이상무」 판정을 받아왔다.
F동을 이루고 있는 대도마켓·남경·세창·은남빌딩은 각각 독립된 건물이면서도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편의를 이유로 연결통로를 통해 모두 이어져 있는 변칙복합건물 형태를 하고있다.
좁은 연결통로는 방화셔터가 아닌 일반 철제셔터로 차단돼 있고 통행로도 얽히고 설켜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화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F동은 또 은남빌딩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이 모두 20∼30년 이상된 낡은 건물인데다 빈번한 증·개축으로 그나마 설치돼 있던 최소한의 소방시설 조차 사라지거나 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더욱이 건물구조를 자주 바꾸면서 통로를 내기위해 벽을 마음대로 헐고 전기배선을 뜯어고쳐 언제든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지난 68년 이후에만 모두 5차례의 대형화재사고가 나자 시장측은 방화대책본부까지 두고 매년 거창한 방화대책을 발표해왔지만 이번 화재로 모두 구두선이었음이 드러났다. 10여명의 야간경비원과 1천1백16명에 이르는 자율방범대원 역시 화재에 대비한 훈련이 전혀 돼있지 않아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했다.
남대문시장은 소방차 1대와 청원소방원 8명의 자체 소방대를 운영하고 있으나 초동진화에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1∼2평 크기의 점포 6백2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F동 건물은 새벽에 문을 여는 상인들이 전기장판·난로 등 전열기구를 몰래 사용해왔으나 묵인돼 왔다.
시장위를 지나는 난마 같은 고압선도 피해를 늘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화재신고,또는 소방차의 현장도착 즉시 한전측과 협조해 전력공급이 차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대한 조치가 전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가사다리차 등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고 현장접근도 몇시간씩 지체돼 진화작업이 늦어졌다.
화재가 난 F동 입주상인들은 대부분 개별보험을 들지않아 앞으로 보상문제로 큰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건물자체가 낡은데다 소방시설이 미비해 보험회사들이 가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 불이 난 4개 건물 가운데 은남과 남경빌딩만 각각 5억원·3억원의 건물보험에 들어있을뿐 나머지 건물은 보험회사의 거부로 건물보험 조차 가입돼 있지 않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일어난 이번 화재는 남대문시장뿐 아니라 방화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모든 재래시장에 큰 경종을 울려 주었다.<홍희곤·김광덕기자>홍희곤·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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