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을 가까스로 표결처리한 국회는 이제 남은 15일간의 회기동안 여야간의 쟁점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예산안을 넘겼다고 한숨 돌릴 사이도 없다. 예산안보다 훨씬 더 어려운 법안들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야 할 안건은 글자 그대로 문제법안들이다.
국회의원선거법,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안도 꽤 오랜시간 실무차원의 절충을 벌여왔으나 주요 대목에서 여야가 이견을 보여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그리고 상임위 날치기 통과로 처리가 유보되었던 추곡수매동의안,제주개발특별법,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종합유선방송법,청소년기본법도 여야가 절충을 통해 해결해야할 난제들이다.
이처럼 여야의 견해가 날카롭게 대립되어있기 때문에 4일부터 착수될 본격 협상이 난항을 거듭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예산안을 어려운 과정을 거쳐 표걸처리하는데 성공한 선례를 거울삼아 남은 쟁점법안도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모두 평온하게 처리해주기 바란다.
13대의 마지막 국회가 파행이나 파국으로 끝나서는 절대 안된다는 국민의 간절한 기대를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타협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관계법안은 선거구,선거운동방법,국고지원 인상폭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여야가 마지막 순간에서 돌아설 정도로 심하게 대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분·증구는 이미 13개선에서 잠정합의가 이뤄졌으며 의원정수는 현수준을 넘지않는다는 원칙적 합의에 접근한채 전국구 의원수에서만 이견이 있을뿐이다. 선거운동방법에서는 정당연설회로 맞서있으나 무소속후보에 대해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상식적인 판단에서 본다면 결론이 쉽게 날수 있을 것이다. 합동·개인연설회에 또 정당연설회까지 있어야 하는지,정당활동의 이름을 빌려 온갖 탈법선거운동을 자행해온 장본인이 바로 정당인데 또 별도의 정당연설회까지 주어져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국고지원 액수는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야당의 처지를 감안하면 쉽게 결론이 나올 것이다. 전국구후보의 헌금을 안받겠다는 다짐이 있다면 야당의 사정을 봐주어야 할 것이다.
날치기법안은 지금 내용뿐 아니라 심의방법에서부터 대립하고 있다. 야당은 관계상위에서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날치기전의 원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상위는 이미 통과했기 때문에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재론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명분을 앞세운 이러한 신경전은 내용상의 이견만 해소하면 지절로 풀어질 수 있다. 문제는 법안내용이다. 추곡수매동의안은 예산안처럼 수치 협상이기 때문에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면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종합유선방송과 청소년기본법안은 대립의 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제주개발법이나 바르게살기운동 조직육성법안 등은 아무리 협상을 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유보해도 좋을 것이다. 유보도 하나의 잠정적인 결론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