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자유화는 휘발유값을 올리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았던가.지난달초 국제원유가 상승을 명분으로 내세워 휘발유값을 전격 인상했던 정유사들이 이달들어 국제원유가의 하락으로 2% 정도의 인하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정작 휘발유값을 내리는데는 매우 인색하다.
유가자유화를 구실로 휘발유값을 올리는데는 경쟁적으로 앞장섰던 정유사들은 어느 회사가 먼저 휘발유값을 내리느냐를 놓고 서로 눈치만 살피면서 혹시나 여론의 화살을 피하면서 휘발유값을 인하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이 없을까 하고 고심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검토하고 있는 휘발유값 인하 불가의 명분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정부의 가격억제로 이달 들어서만도 5.5%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는데도 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등유를 휘발유와 연계시켜 등유값을 올리지 않는 대신 휘발유값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휘발유와 등유값은 자유화돼 있는데도 정부에서 등유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등유값 인상불허에 따른 손실분을 휘발유값을 내리지 않고 상쇄해 보겠다는 의도이다.
둘째는 그동안 원유도입과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등 손실금 4천억원을 정부로부터 보전받지 못했기 때문에 휘발유값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들은 이미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기 때문에 국제원유가의 인하라는 이유만으로 휘발유값을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가자유화란 한마디로 국제원유가에 연동시켜 국내유가를 결정한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원유수급을 1백%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형편으로서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국내유가를 올리지 않을수 없고 반대로 국제유가가 내리면 그만큼 국내가격을 내려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논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유사들이 이런저런 명분을 들어 휘발유가격을 내리지 않으려 하는 것은 정유사의 손실보전·유통시장의 경쟁촉진 등 유가자유화의 선행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자유화가 시행됐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정부는 자유화 이후에도 행정지도라는 명목으로 등유값 인상을 억제하고 휘발유값 인상률을 낮추는 등 자유화시책에 어긋나는 시책을 시행,결과적으로 인하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정유사들이 휘발유값을 인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이같은 절름발이 유가자유화는 석유류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한다는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유가인상을 위한 명분론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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