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부터 표면화된 탈냉전이 「예측가능한」 화해와 평화를 겨냥한 것이었다면,지금의 소련사태는 폭발적인 상황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내일에 대한 불안이 시시각각 수위를 높이고 있다.이러한 폭발적인 상황변화는 이미 지난 8월 쿠데타 실패로 예정된 일이었다고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연방대통령인 고르바초프는 사실상 명색만의 깃발을 들고있는데 지나지않은 입장에 있다. 연방의 핵심인 러시아공화국은 연방의 통제를 벗어나 「독립」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공화국의 옐친 대통령은 지난달 21을 독일을 방문,국제사회에 데뷔했다. 그는 독일과 하나의 국가원수로서 「협력협정」에 서명했고,금이나 석유 등 주요 자원과 화폐발행 등 경제통제권을 장악했다. 옐친은 또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더불어 핵무기 통제권도 공유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러시아공화국의 장래는 옐친 대통령이 약속하고 있는 급진적인 시장경제화의 성패에 달려있다. 아마도 최대 시련은 물가공황상태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가격자유화」에 있다.
이런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연방의 해체는 오늘 우크라이나공화국의 국민투표로 「연방 사망선언」 단계에 이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러시아공화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우크라이나공화국의 연방이탈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연방 재편성노력에 종말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에 앞서 크렘린의 연방정부는 연방중앙은행의 재정지원중단 결정으로 사실상 기능중단선고를 받은 것이나 같다. 연방정부의 거의 유일한 존재이유였던 외교기능도 러시아공화국이 접수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북방외교」가 우리 대외정책의 중요한 뼈대의 하나라면,이 엄청난 사태진전에 재빨리 적응하는 노력이 급하다. 연방을 상대로 해왔던 외교를 각 공화국 상대로 재조직하는 노력이다. 10억달러의 현금차관을 포함해서 30억달러에 이르는 경제원조의 집행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방해체에 반대하는 제2의 쿠데타 가능성을 내다보는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의 경고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타지크공화국 대통령선거에서 구공산당 서기장 출신인 나비예프의 당선도 쿠데타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소련은 이미 우리로서도 그 비중이 결코 작지않은 국제적 파트너다. 따라서 소련이 예측가능한 안정적 발전의 길을 밟는 것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국민투표 이후의 사태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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