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참여 명분 줄 적정선 고심/여/“목표액 축소대신 항목 조정”/야새해예산안의 막바지 심의에 돌입한 국회예결위의 계수조정 소위는 구체적 삭감 규모 및 항목조정 문제를 놓고 종일 지루한 공방을 계속했다.
28일 밤 국회정상화 절충과정서 2천∼3천억 규모의 삭감선을 여당이 마지노선으로 제시,야당이 이를 부분적으로 양해했다는 설이 한때 나돌기도 했던 이날 여야는 피차 복안을 감춘채 시소게임을 벌였다.
이날 민자당은 오는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한다는데 여야가 합의한 까닭인지 느긋한 입장인데 반해 야당은 당초 삭감규모를 워낙 크게 요구한 것에 다소부담을 느끼는 모습 이었다.
○…상오 10시30분쩨 계수조정 소위는 곧바로 본격적인 전체예산액 삭감절충과 항목조정 작업에 들어갔으나 여야가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제시한 상태에서 본회의 정회사태가 발생,하오 9시까지 회의를 속개하지 못한채 시간을 소비하는 느림보 행진.
이날 민주당측은 표면적으로 기존 당론인 1조6천억원 삭감안을 고수했으나 일부 소위위원은 『최소한 절반인 8천5백억원 정도는 삭감해야 한다』고 말해 다소 신축적인 입장을 제시.
이에 민자당측은 『구체적으로 항목별 삭감액을 제시하라』면서 야당측의 속마음을 타진.
민주당측은 또 『재무위에서 우리 당이 제안한 세법개정안을 처리해 세입을 줄이면 전쳬 예산규모도 삭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소득세법 등의 개정을 주장했고 이에 민자당측이 『어제 총무회담에서 야당제안의 세법개정안은 표결 폐기키로 합의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반발,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는 것.
민주당은 이같은 세법개정 방안외에 민자당이 단독통과시킨 세법개정안을 원상회복시켜 세입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심의·처리하는 방식과 아예 세출만 삭감한 불균형 예산을 편성,세입초과분을 국개채무 상환 등 통화관리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
이에대해 민자당측에서는 후자를 실현성 있는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28일 총무회담 등 여야협상 과정에서는 예산규모를 2천∼3천억정도 삭감해 이를 추곡수매량 상향조정으로 돌리는 방식이 협의됐다는 후문.
이와관련,김종호 민자총무는 29일 의원간담회에서 『총무협상 과정서 예산이나 추곡에 관한 흥정은 없었다』고 막후절충 사실을 부인했으나 여야가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12월2일이내에 처리키로 합의한 만큼 물밑에서 모종의 접점이 모색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
한편 민자당은 예결위에서의 탄력적 태도 포명외에도 이날 주요간부 회의에서 김대중·이기택대표가 『최소한 1조원 이상 삭감토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는 등 순삭감 목표액을 대폭 축소하는듯 한 기색이 역력.
민주당은 그러나 순삭감과 별도로 항목조정을 통해 방위비·인건비 등을 큰 폭으로 삭감하고 이를 사회간접자본이나 중소기업 육성·농어촌구조 조정 등의 항목으로 전용한다는 기본목표를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방침.
이에 대해 민자당은 표면상으로 정부원안 통과를 주장하면서 내부적으로 야당에 명분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적정삭감규모」를 찾느라 고심.
민자당은 어차피 야당과 합의처리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데 동시에 강행처리도 가능한한 피한다는 입장.
따라서 마직막까지 끈질기게 협상을 계속해 야당이 표결처리에 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은 제공한다는 내부방침 아래 갖가지 묘안을 모색중.
민자당은 그러나 순삭감으로 불균형 예산을 초래해서는 곤란하다는 행정부쪽의 의견을 감안,일반 회계의 삭감분을 특별회계로 전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는 관계자들의 전언.
이에따라 여야간 예산안 표결처리를 위한 삭감규모는 2천∼3천억선에서 타결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
○…비공개로 진행되는 소위도중 틈틈이 바깥으로 나온 여야의원들은 보도진의 진척상황 질문에 『좀더 기다려 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일체 함구해 여야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느낌.
이런 동안에 동료인 소위위원들에게 지역사업을 위한 각별한 배려를 「청탁」하려는 여야의원들의 발걸음이 적지 않았고 때문에 소위위원들의 안주머니는 동료의원들로부터 받은 청탁쪽지로 가득.
또 정부측 관계자들도 소속예산을 증액 또는 고수키 위해 안면있는 의원들을 찾아 읍소를 늘어놓는 장면도 적지않게 눈에 띄었으며 이래저래 소위위원들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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