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만남」 불구 「단절의 벽」 실감/남 경직대응에 북 정치색 여전/내년봄 평양대회도 낙관 못해통일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한데 모았던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서울토론회에서 북측 대표단이 일정을 다 마치기도 전에 29일 돌아간 것은 향후 남북여성교류의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
북한측은 떠나기에 앞서 계획대로 내년봄 평양에서 3차 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일정중 남북이 보여준 날카로운 인식 차이와 개운찮은 뒷마무리는 이 토론회에 건 많은 기대들을 실망시켰으며 이에 따라 당분간 남북여성 교류는 주침해질 전망이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내건 조기귀환 이유는 28일 숙소주변에서 벌어진 반공시위,현수막 등 일련의 불미스런 사태로 인한 신변위협이지만 이것은 하나의 계기이며 이보다는 그동안 북이 요구한 이대 방문,방북인사 가족위문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비난을 면키 어렵다. 북은 일정에도 없던 방북인사 가족위문을 요구해 김일성 화환소동·토론장에서의 연방제 통일·주한미군 철수 등 정치성 발언과 함께 남측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또 신변안전보장 각서까지 교환된 상태에서 북 대표단의 신변안전을 이유로 당초 합의된 이대 방문이 취소된 것은 납득키 어려우며 특히 28일 숙소 주변사건은 북이 조기귀환하는 명분을 제공했다. 결국 남북 양측의 경직성이 이번행사에 흠집을 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현상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남북여성이 분단후 처음으로 만나 서로의 입장차이를 직접듣고 통일열망을 다시금 확인 한것은 이번 행사의 부인할 수 없는 성과다.
3차 토론회를 마친 27일 우리측 이우정대표가 「남북이 서로 생각 차이를 직접 확인한것만도 큰 수확」이라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여기서부터 얽히고 설킨 통일 실타래를 풀어 가자」고 한 말은 이번 행사의 의의인 동시에 곧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한계는 곧 풀어야할 숙제로서 남북상호간의 이해와 신뢰를 제시하는 것이며 토론장에서 우리대표나 청중들이 보여준 진지하고 정중한 태도는 이 숙제를 풀어나갈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27일 밤 토론 참석자들이 통일댕기 잇기를 하면서 함께 나눴던 통일에의 열망은 이 점을 감동적으로 증명해준 자리였다.<오미환기자>오미환기자>
◎북 여성대표 일정 앞당겨 귀환/“신별불안 이유 안된다” 설득도 무위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서울토론회의 북측 대표단은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긴 29일 정오 판문점을 거쳐 돌아갔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상오9시20분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측 정명순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출발성명에서 북한대표단의 행동에 대한 비방,이대방문 취소,방북인사 가족방문 불허 등 남한 당국의 간섭과 방해로 더 이상 머물이유가 없게 됐다」는 입장과 함께 「그러나 이번 만남은 통일의 물꼬를 연 것으로 큰 의의가 있으며 내년 봄 평양 3차 토론회는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오10시 이우정·여연구·미키 무스코 등 3국 여성대표는 공동성명을 발표,북측의 조기귀환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통일로 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 여성이 합심해 이를 극복하고 아시아의 평화와 민족 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북측대표단의 조기귀환 통보를 놓고 남북여성대표들은 29일 0시부터 3시간 30분동안 혐의를 계속했으나 북측을 설득하는데 끝내 실패.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된 협의에서 우리측은 「잇단 일정취소,신변 위협 등 북측이 내세운 이유가 일부 타당성은 있지만 충분치는 않으며 이를 이유로 조기귀환한다는 건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계속결정을 번복해줄것을 요청.
이에 대해 북측 여 대표는 전날 벌어졌던 반공시위,현수막 등 사건을 거론하며 『이렇게 삼엄한 경계속에서 하루에도 몇차례 데모가 일어난다는건 남한 당국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민간교류를 반대하니 빨리 돌아가라는 간접적인 의사표시』라며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이런 모욕을 받으면서 계속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돌아 가겠다』고 했다.
그는 또 「사전에 주최측과 협의가 없었던 점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토론회 자체는 서로의 생각의 차이와 같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
○…북측 대표단을 호텔에서 배웅한 서울토론회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일색.
우리측 영접위원 이태영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걸림돌이 있을때마다 잘 넘어가주길 바랐는데 이번에도 그걸 못넘고 북이 먼저 가게돼 서운하기 그지없다』며 걸림돌을 피하지 말고 넘는 훈련을 이제부터 해야 한다』고 한마디.
○…북측 대표단은 28일 상오10시50분 승용차 2대와 버스 1대로 판문점을 향해 출발.
여 대표는 떠나기전까지 배웅나온 사촌동생 여명구(65)씨의 손을 꼭 잡고 놓을줄 몰랐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라는 여씨의 말에 여 대표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으면서 사촌동생을 꺼안기도.
○…북의 여 대표는 몽양 추모사업회 여세현회장으로부터 『몽양이 떠난지 45주기가 되는 내년 7월19일 서울에 올 수 있게 초청하겠다. 그때는 비석도 세워 놓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불효자식을 용서하십시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다시금 눈물.
○…출발 성명을 읽던 북측 정명순대변인은 「평양에 돌아가면 서울시민과 모든 남녀인사가 북반부 형제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겠다」는 마무리 대목에 이르자 눈물을 글썽이며 목이 메어 잠시 말을 멈추기도.
그는 『일정을 다 못마치고 돌아가게 돼 가슴 아프다』며 『이런 사태는 근본적으로 남북 상호간의 불신과 오해에서 출발할 것이며 이러한 사회적 조건을 극복하고 타파해 나가는데 여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