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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망친 서울토론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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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망친 서울토론회(사설)

입력
199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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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접촉은 언제까지 「만남의 의미」만을 남기고 끝나야 하는가. 순수한 민간차원인 여성대표의 교류로서 서울토론회는 기대와 관심을 모았으나 뒷맛이 개운찮은 선례를 또 남기고 말았다. 북한대표단은 국제회의의 관례까지 무시하고 일정을 하루 앞당겨 훌훌 평양으로 돌아갔다.그 이유를 따지기 전에 정치색이 개입한 결과가 유감스럽기만 하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이었다. 평화와 여성이라는 부드러운 제목대로 뚜렷한 성과보다 먼저 온화한 진행을 우리는 바라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남북한의 현실적 접근과 긴장해소에 다소나마 기여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공식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서울에서 처음 만난 남북의 대표들은 여성다운 포근한 분위기에 한때 젖어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될 발언을 나눴다. 그러나 여연구대표가 부친인 몽양의 묘소를 참배하는 자리에서 김일성 화환을 계획적으로 내걸며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숨겨진 의도는 방북자에 대한 선물전달을 고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우리측이 뻔히 거절할것을 알고 내민 선전술임은 너무나 쉽게 속이 들여다 보인다. 이 책임을 남한측에 전가하면서 남대문시장 구경이라는 약속된 일정마저 파기해 버렸다. 그리고 끝내 회담장 주변의 현수막 설치와 시위를 핑계로 서울을 미리 떠나 버린 것이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상황을 보아도 북한측의 예정했던 시나리오는 얼른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토론회의 주제발표 내용도 북침 등 정치적 선전에 급급했음이 역력하다. 이렇게 됨으로써 정치를 배제한 민간과 학술교류를 통한 신뢰구축의 한가닥 희망은 여지없이 무산되고 말았다. 물론 회담장의 분위기에 흠집을 남기고 이대방문 일정에 차질을 빚은 우리측의 과실도 탓할만 하나,이것은 지엽적인것에 불과하다. 항의나 시정을 떳떳하게 요구할 일이 아니었겠는가. 조기귀환의 이유로는 옹졸하다 할 것이다.

북한 대표들은 서울토론회가 남북한만이 아닌 일본도 참가한 국제회의의 성격임을 인식했어냐 옳았다. 비록 분단현실의 냉혹성으로 상호 이해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국제관례와 예의는 존중함이 마땅한 일이다. 할말과 할일은 다하고 눈에 거슬린다고 훌쩍 자리를 떠나는 것은 상식 밖의 처사이다. 이런 파약의 나쁜 선례는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에 아무런 도움을 못주고 오히려 불신을 조장할 따름이다.

우리는 이번 회의에서도 남북관계의 경직성과 거리를 재확인하게 되었다. 비난과 책임을 거듭 들먹일 일이 아니다. 앞으로 계속 이해의 노력에 채찍을 가하고 믿음을 쌓아가는 인내를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여성대표의 만남과 조기귀환이 남긴 교훈이 있다면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수가 없다는 진리이다. 진정한 대화는 솔직성의 바탕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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