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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역사/황소웅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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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역사/황소웅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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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의 날치기 변칙처리 역사를 캐고 올라가면 아무래도 1952년 발췌 개헌안 통과를 첫 손가락에 꼽아야 할 것 같다. 6·25전쟁 중이던 52년 1월 자유당은 이승만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찬성 18,반대 1백43으로 부결되었다.이에 화가 난 이승만은 각종 어용단체를 동원,관제데모를 부추겼고,백골단 땃벌떼 민중자결단 등 정치깡패집단의 이름으로 된 벽보 삐라가 부산 일대를 뒤덮었다. 5월에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내각제 개헌추진 주동의원 체포에 나서,의원 50여명이 탄 버스를 헌병대로 끌고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6월에는 이시영 김성수 장면 조병옥 김창숙 등 야당의원 60여명이 「호헌구국선언」을 하려다가 괴한의 습격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때 장택상 국무총리가 만든 발췌개헌안을 경찰과 군대가 국회 의사당을 포위한 가운데 통과시켰던 것이다. 강권의 공포에 국회가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당한 케이스였다. 출석의원 1백66명중 1백63명이 찬성했으니 국회법상으로는 나무랄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면적으로는 어떻든 형식과 절차면에서는 완벽한 변칙처리였다.

그 이후부터 우리 국회는 집권세력의 시녀로 전락하기 시작,집권당이 원하는대로 크고 작은 안건들이 처리되었다. 야당 등의 반대에 부딪쳐 정상적인 방법으로 되지 않을 경우 날치기수법을 동원하는게 관습처럼 되어버렸다.

52년의 부산 정치파동에 이어 54년 11월의 사사오입 개헌파동은 불법적으로 개헌안을 통과시킨 사건이다. 이승만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해 중임조항을 철폐한 제2차 개헌안은 재적 2백3명중 찬성 1백35,반대 60으로 개헌 정족수인 1백36표에 1표가 모자라 부결이 선언되었다. 그러나 자유당은 『2백3명의 3분의 2는 1백35.3 3 3…으로 0.3 3 3…이라는 소수점 이하의 숫자는 1인의 인간이 될 수 없으므로 사사오입하면 2백3명의 3분의 2는 1백36명이 아니라 1백35명』이라는 억지주장을 폈다.

이에따라 국회는 부결선언 이틀만에 이를 번복,개헌안의 가결을 선언했다. 공공연한 불법날치기 행위를 국회가 자행한 것이다.

58년 12월 국회에서 경위권 발동속에 야당의원들을 밖으로 유인한 뒤 여당 단독으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소위 2·4파동도 자유당이 저지른 대표적인 날치기 처리의 하나이다.

공화당 시대에서 으뜸가는 날치기 극은 역시 69년의 3선 개헌안 처리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박정희대통령의 세번째 임기의 길을 트기위한 이 개헌안은 이른 새벽 국회별관에서 공화당의원들 만으로 본회의를 열어 야당 몰래 처리했다. 71년 12월의 국가보위법 파동은 유신시대를 예고하는 제3공화국의 마지막 날치기 극이었다. 이른 새벽 국회별관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3선 개헌때와 마찬가지였으나 사복경찰의 포위망속에 이뤄진 것이 차이라면 차이이다.

5공에 와서는 유성환의원 체포동의안과 87년 예산안의 변칙처리 과정을 들수있다. 86년 정기국회에서 민정당은 야당의 눈을 피해 회의장을 민정당 의원휴게실로 옮기고 경호권까지 발동했다. 87년 정기국회에서는 본회의장 의장석 바로 뒤켠에 있는 쪽문을 통해 30∼40명의 경위가 순식간에 들어와 사회를 보던 장성만 부의장을 에워싼 가운데 날치기로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무리 변칙처리였을 망정 그때까지는 그래도 의사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와 의식은 지켰다. 사회봉 마이크 전문위원 속기사 보도진까지 빠짐없이 갖추었다는 것이다.

3당 합당이후 민자당시절에 와서는 이런 소도구와 절차마저 무시되고 있는게 특징이다. 이번 국회의 날치기 파동이 그런 경향을 뚜렷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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