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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여 계파갈등이 부채질/국회 만신창이로 만든 여야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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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여 계파갈등이 부채질/국회 만신창이로 만든 여야 속사정

입력
199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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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염두에 둔 국면전환 의도/“통치권 누수” 강한 우려도 작용/야 지도부 총무회담 「조율미비」로 오히려 빌미제공삐걱거리면서도 그런대로 굴러가던 국회에서 이번주들어 느닷없이 각종 법안들의 날치기통과가 3일 동안 꼬리를 물고,급기야 급랭정국이 형성된데는 여야의 복잡한 내부사정이 한층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특히 민자당이 대야협상이라는 사전절차를 거의 무시한채 쫓기듯 강공을 편것은 차기대권후보구도를 둘러싼 계파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적지않다.

또 민주당의 경우 여야총무간 합의사항이 지도부에 의해 백지화되는 등 다소간 난조를 보인데는 14대 총선을 겨냥,쟁점안건들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하려던 당초 전략과는 별개로 당내의 기묘한 역학관계가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민자당은 표면상으로는 지난 25일 문공위에서 「우발적」으로 종합유선방송법안을 단독처리한뒤에도 김정길 민주당총무가 총무회담에서 다른 쟁점법안을 새해 예산안처리시한(12월2일)후 다루기로 선뜻 동의했으나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번복했기 때문에 강행통과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민자당이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단독처리를 감행한 배경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고는 소속 의원들조차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합의번복후 민주당 일각에서 온건론이 개진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기다렸다는듯 갖가지 신종수법을 사용하여 강행처리로 내달은 것은 「또다른 속사정」이 갈려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국회나 정가주변에서는 민자당이 서둘러야 했던 배경과 관련해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후보구도를 둘러싼 계파갈등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시각이다.

우선 제기되는 것은 김영삼대표가 후보구도와 관련한 자신의 입지때문에 강행처리를 주도했으리라는 시각이다.

이같은 주장은 여권핵심부와의 「신뢰 관계」 형성이 절실한 김 대표로서 야당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뚜렷한 원칙을 갖고 국회운영에 임할수밖에 없었고 그러기위해선 강공드라이브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여권핵심부가 오래전부터 집권여당으로서 당당하게 국회를 운영해야한다는 당부를 해왔고 특히 쟁점법안처리를 새해 예산안처리후로 미루기로 여야총무가 합의한 뒤 강한 질책이 있었다는 후문이고 보면 그런대로 설득력을 지닌다.

물론 여기에 14대총선 공천 등을 의식한 소속의원들의 「맹목에 가까운」 충성심이 상승작용을 일으켰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는 달리 민정계가 새해예산안통과후 재개될 민주계의 후보공세를 자연스럽고도 효율적으로 차단키위해 조기강행처리를 유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대표가 28일 교체위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태를 수습하고 정당화시킬 수 있는 복안이 있다』며 유연한 자세로 선회한 대목을 놓고 민정계의 의도에 제동을 걸기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치 일정이 안개속에 가려져있어 계파갈등이 내연하고 있는만큼 법안처리나 새해예산안통과 등을 조기매듭짓고나서 개각을 기점으로 정치일정과 관련한 전반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데 계파간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다 제주도개발특별법안 등의 추진과정서 엿볼 수 있었듯이 집권후반기 통치권누수에 대한 강한 우려의 시각이 여권내부에 짙게 깔려있던 것이 무리한 강행처리의 한 요인이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민자당이 극한적인 무리수를 써가면서 쟁점 법안을 날치기통과시킬 수 있었던 직접적 빌미는 야당에서도 일부 제공해준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는 원내전략에 대한 지도부간의 「호흡」이 일치되지 못했던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어서 「두대표 체제」가 화학적으로 정착되지 못한 단면으로 간주되고 있다.

민자당의 날치기드라마는 지난 26일 절정에 달했는데 김종호 민자총무는 이에대해 『민주당측이 전날의 합의를 유보시켰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빌미가 된 민주당의 총무합의 유보는 당시 문공위에서 종합유선방송법안을 민자당이 전격처리해 버린 것을 이기택대표가 『묵과할 수 없는 중대사안』이라고 규정,사단직후의 총무합의를 백지화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

당시의 총무합의를 두고 당내에서는 문공위 날치기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의아스럽게 여기기도 한게 사실이지만,그간 여야 총무접촉의 협조적 기조로 볼때는 「최상의 선택」이었다는게 김정길 민주총무의 설명. 따라서 그날의 이 대표 지시는 그가 이같은 협조적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했거나,적어도 동일 사안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이 크게 상반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더 나아가 김대중대표는 당시의 총무합의를 보고받고 큰 이견을 달지않았다는 후문이어서 양대표간 조율이 부족한 상태였음을 알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이는 결과적으로는 여당측의 무리수를 유인한 역빌미가 된것도 사실이어서 이번 날치기파동의 흥미로운 이면임에는 틀림없다.<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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