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바보상자라는 혹평을 들으면서 한편으론 요술상자 노릇도 한다. 문학작품을 영상화하는 경우,때로 원작을 오히려 훼손시키기도 하나 반대로 빛을 보태주기도 한다. 창작 드라마가 빈곤하면 소설에 의지하는게 그래도 안전한 셈이다. 문학으로 얻은 성과를 밑천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우선 끌어들일수가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드라마로 방영되어 문학작품이 인기의 기류를 타는 것도 흥미롭다. 오래전에 발표되어 이젠 잊혀져 갈만한 소설이 극화하는 바람에 새롭게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기도 한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여명의 눈동자」 같은 작품이 좋은 실례이다. 「동의보감」은 소설과 드라마가 맞장구를 치면서 더욱 기세를 올린다고 한다. 이쯤되면 TV는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는 요술상자나 다름없다. ◆어찌 베스트셀러 뿐인가. 스타의 산실로도 손색이 없다. 스타의 개념은 미국식 대중문화의 소산이다. 역사의 영웅은 사라지지 않지만 대중의 스타는 밤하늘의 별과 같이 명멸한다. 한번 반짝이고 나면 사라져야할 운명을 피할 길이 없다. 스타의 무대는 대개 연예와 스포츠. 반짝거리기 시작하면 당사자는 팔자를 고치고 이름을 날린다. 이러한 스타 제작실이 TV인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TV는 스타를 너무 급조하고 양산한다. 노래 한곡 잘부르면 스타,드라마에서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도 스타,개그 한마디 잘해도 금방 스타라고 떠받들며 호들갑을 떤다. 이런 스타가 얼굴을 비치는 곳엔 철부지 10대들이 몰려 괴성과 기성을 지르는 것은 오래된 풍경이다. ◆지나치게 스타를 양산하다 보니까 저질이 마구 끼여든다. 채널마다 인기인을 모셔놓고 비위를 맞추는 모습은 민망하기 조차 하다. 스타는 대중의 우상이어야 한다. 피나는 노력으로 그자리에 올라서야 성공사례로 꼽아줄만하다. 그런데 우리 TV는 그렇지가 않다. 자주 저질성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을것 같다. 바보상자가 아닌 요술상자가 되기 위해선 질의 변화를 꾀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