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회담 개최장소는 중동지역 요구【예루살렘 외신=종합】 이스라엘 정부는 27일 다음달 4일 미국의 워싱턴에서 개최될 예정된 중동평화회의 쌍무회담을 9일로 연기해줄 것을 미국측에 요청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스라엘 정부가 회담의 제반문제에 대해 미국측과 협상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전하고 이러한 연기요청은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이스라엘 각료회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어 이스라엘은 워싱턴에서 두차례의 회담을 가진뒤 회담장소를 중동지역으로 옮길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샤미르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이스라엘측의 이같은 개최일자 조정요구에 대해 미국이 거부입장을 보일경우 어떻게 할것이냐는 한 각료의 질문을 받고 『그렇게 될 경우 우리는 협상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
이에앞서 이스라엘에 대해 남부 레바논지역에서 잠정적인 철수와 함께 지난 67년 시리아로부터 빼앗아 81년 공식합병한 골란고원에서의 철수를 고려하라는 미국측의 요청이 있었음을 반영하는 베이커 국무장관의 세부적인 초청장 내용이 이스라엘 언론에 유포됐었다.
◎미,중동문제 적극개입 나섰다/골란고원등 반환압력 의미/대아랍권 영향력위해 등거리외교 탈피/이스라엘 거센반발… 곧 공식입장 밝힐듯
12월4일 워싱턴에서의 중동평화회의 2단계 회담 개최를 발표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시리아와 골란고원 반환협상을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골란고원 요르단강서안 등 이스라엘의 아랍점령지 문제는 아랍·이스라엘간 분쟁해결에 있어서 최대의 난제. 지난달 30일 마드리드회의에서도 이에 관한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회의의 속개 가능성마저 불투명한채 난항을 거듭해왔다.
따라서 미국이 이러한 「뜨거운 감자」를 직접 거론했다는 사실은 그간의 단순중재자 위치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겠다는 의지표명으로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변화는 소련의 변혁,동구공산권의 몰락과 걸프전이후 신국제질서 구축을 주도해온 미국의 조급함과 나름대로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중동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해 미국은 자신들의 「이스라엘편」이라는 아랍권의 선입견을 무마시키기 위해 개입을 자제하는 한편 1백억달러의 대이스라엘 차관보증을 동결시켜 이스라엘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간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거리 외교」로서는 난마처럼 얽힌 중동문제를 푸는데 한계가 있음을 미국은 감지한듯 하다.
게다가 걸프전을 통해 아랍권의 강자로 부상한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권에 대한 영향력을 다져두는 것이 지역안정 및 자국 국익에 부합하는 점도 고려했음이 틀림없다. 최근 팬암기 폭발사고와 관련한 리비아제재논의에서 시리아측이 미국측에 보여준 협조는 미·시리아간의 밀월관계를 반증해준다.
이러한 시리아가 골란고원 반환없이는 평화회의를 보이콧하겠다는 강경입장을 견지하자 미국이 이에대한 회유책으로서 이스라엘에 대한 압력을 넣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평화를 대가로한 영토반환불가」 입장을 고집하는 이스라엘의 극심한 반발을 초래할 게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지난주 미국이 자신들의 입장표명을 듣기도 전에 회의 초청장을 보내는 등 독선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터에 이번일은 자칫 양국간의 외교적 전면대립가능성마저 낳고 있다.
지난 67년 시리아로부터 강점한 1천5백㎢의 골란고원은 이스라엘로서는 안보와 연결된 전략요충지이다. 81년 합병선언을 한뒤 현재 1만2천명의 유태인이 정착촌을 건설해 최근 이스라엘의회가 골란고원의 지위와 관련한 협상은 절대불가하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어쨌든 미국의 재촉에 이제 공은 27일께 공식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는 이스라엘쪽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적극 개입에 나서 칼자루를 거머쥔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미국이 주관하는 중동평화회의 성사 가능성도 높아진다는게 국제 정치의 비정한 현실이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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