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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기습상정·통과… 한밤 상임위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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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기습상정·통과… 한밤 상임위 표정

입력
1991.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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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날치기… “난장판 의사당”/제안설명·토론도 없이 “뚝딱”/건설위/재무위,계류세법 소위도 안거치고 처리/육탄저지속 소회의실 “강행”/내무위26일 국회 각 상임위가 심야에 각종 쟁점 법안들을 민자당 단독으로 무더기로 기습처리하자 정국은 극도의 여야 대치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날 민자당의 단독강행은 전날 문공위가 종합유선방송 법안을 기습처리한데 이은 것으로 이로인해 여야는 상호 강경태세를 더욱 강화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 어느때보다도 긴장이 고조된 이날의 국회는 여야가 서로 상대가 약속을 위반했다는 비난까지 난무,「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 문공위와 건설위에서 형성된 「한랭전선」이 다른 상임위로 깊이 퍼져 곳곳에서 대치상황을 빚었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유선방송법안 단독처리 이후 민주당이 먼저 총무합의를 뒤집었다며 모든 합의의 원인무효를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민자당의 돌연한 강경선회 배경에 의혹의 눈길을 감추지 않고있다.

○…건설위에서 민자당은 법안심사 소위를 끝마친후 예정에 없던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소집,제주도 개발특별법을 전격 상정해 2분만에 기습처리.

이날 하오3시부터 열린 소위는 토지수용법 개정안과 공공용지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 2개 계류법안을 심사한 뒤 1시간30분여만에 종료.

그러나 이어 속개예정이던 91년 국정감사보고서 작성에는 민주당측 소위위원인 김영도 이협의원 등이 『여당 단독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의 보고서 작성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모두 불참.

이러자 김용채 건설위원장은 하오4시35분께 민자당의원 12명을 황급히 소집,전체회의를 열어 제주도 개발특별법을 소위심사를 거친 2개 법안과 함께 일괄 상정해 제안설명과 찬반토론없이 곧바로 통과를 선포.

회의소집 사실은 회의시작 직전 민주당측에도 통보됐으나 법안처리가 워낙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바람에 뒤늦게 회의장에 달려나온 민주당의원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

이 소식을 들은 김정길 민주당 원내총무는 김종호 민자당총무를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으나 김 민자총무는 『정치쟁점이 안되는 사안을 억지로 쟁점화하려는 행태에는 원칙대로 강하게 나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냉담한 반응.

○…농림수산위는 지난 21일 김영진의원(민주)의 발언에 대한 민자당측의 속기록 삭제 및 사과요구로 3일째 공전.

여야의원들은 회의 예정시간인 하오2시 정각 농림수산위원장실에 도착했으나 민자당측이 야당측에 요구사항을 먼저 수용하라고 주장하며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아 또다시 장외 대치상황을 연출.

이에 따라 의원들은 위원장비서실을 사이에 두고 민자당측은 위원장실에서,민주당측은 그 옆 소회의실에서 각각 대책회의를 가진 뒤 전체간담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얻지 못한채 논전만 계속.

○…내무위는 이날 하오3시 회의를 속개,「바르게살기운동 조직육성법안」 및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측이 법안상정부터 반대하는 바람에 회의를 열지 못한채 장시간 동안 대치상태를 계속.

그러나 민자당은 결국 이날 밤11시23분께 본회의실도 아닌 소회의실에서 민주당의원들의 육탄저지속에 강행처리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오한구위원장이 심하게 부상당하는 불상사까지 연출.

이에앞서 민자당측은 대책회의에서 「상황에 따라 처리한다」는 단독처리 방침을 거듭 확인한데 반해 민주당측은 어떤 형태로든지 회의개의를 못하게 실력저지한다는 강경입장을 고수.

하오3시20분께 김 민자총무를 만나고 돌아온 오 위원장이 민자당의원들과 회의실로 들어가 개의를 선포하려고 하자 이영권·정균환의원 등 민주당의원들이 오 위원장을 회의장 밖으로 밀어내 회의개의는 불발.

1차 개의시도가 실패로 끝난뒤 여야의원들은 회의장과 위원장실에서 대기하면서 고함과 욕설을 교환하며 한동안 난전을 전개.

○…야당측의 농민대회 참가관계로 당초 이날 휴회키로 했던 재무위는 김영구위원장이 상오11시 민자당 상임위원장단 회의에 참석한 직후부터 사태가 급반전. 김 총무로부터 『계류된 세법을 이날중 처리,예결위와 보조를 맞추라』는 지시를 받은 김 위원장은 직권으로 하오2시에 회의를 소집한다고 여야의원들에게 연락. 이에 야당의원들은 농민대회 참석을 포기한채 여당의 일방적 법안처리를 막기위해 재무위에 집결했고 여당의원과 유인학 재무장관 등 정부관계자들도 단독처리에 대비한 준비를 완료.

그러나 홍영기·유인학의원 등 야당의원들은 『소위도 통과하지 않은 법안들을 졸속처리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김 위원장에게 강력항의했고 이에 여야는 대치상태를 계속하다 역시 밤11시35분께 강행처리.

○…경과위는 이날 하오2시 회의를 속개하려 했으나 쟁점법안인 기금관리법 처리문제를 놓고 여야입장이 맞서 회의도 열지 못한채 대치상태를 계속.

민주당 소속 신순범위원장이 기금관리법 우선 상정을 요구하며 개의를 거부하자 정몽준 민자당 간사는 곧바로 사회권 진행요구 문서를 신 위원장에 전달,다수 당간사의 사회가 가능하도록 조치한 뒤 하오3시15분께 여당 소속의원 8명을 이끌고 기금관리법 이외의 일반법안 우선처리를 강행하려다 신 위원장이 달려와 사회봉을 뺏는 바람에 무산.

민주당의원들이 소회의실에서 정 의원을 중심으로 대책을 숙의하며 법안처리의 틈을 엿보자 다급해진 신 위원장은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에 간 김태식의원뿐 아니라 이교성 김득수 이동근 오탄의원 등을 불러 위원장실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여야간 팽팽한 긴장상태에 돌입.<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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