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통관기준) 1백20억달러. 지난 11월21일 현재 올해들어 지금까지 무역적자 누계는 1백18억7천만달러였다. 사상최고의 기록이다. 이러한 추세로 가다가는 연말에는 1백20억달러를 넘을지 모른다. 지난 88년 흑자 1백14억달러를 기록,수출이 늘어갈 것을 걱정했던 우리경제다. 불과 2년만인 90년 적자로 반전한 무역수지는 이제는 적자가 한겨울의 폭설처럼 수북이 쌓여만 가고있다. 상공부는 몇차례 수정을 한끝에 연례적으로 수출이 집중되는 연말께가 되면 수출증폭으로 적자폭이 축소,70억달러 내지 80억달러 선으로 끝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 예측과 크게 빗나가고 있다. 무역적자는 입초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으면 발생한다. 올해는 주택 2백만호 건설사업에 따른 주택경기의 과열로 시멘트 철근 등 건자재수입의 증대,과소비풍조,물가안정을 위한 농축산물의 수입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예년보다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건축제한과 과소비억제운동 등 직·간접으로 수입을 억제해보려는 조처들이 나왔다. 무역적자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에도 물가안정을 위한 총수요 억제 차원에서 내수과열 억제정책을 계속 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무역적자 축소방안은 인위적인 수입억제 시도보다는 수출증대에 의한 것이다. 수입억제는 세계적인 시장개방화 추세에 따라 급속히 설땅이 없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무역규모가 1천5백억달러 수준이고 우리의 GNP(국민총생산액)도 약 2천8백억달러 규모이므로 현재 규모의 무역적자는 크게 위협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면이 있을지도 모른겠다. 그러나 우려하는 것은 우리경제의 대외경쟁력 약화다. 무역적자 1백20억달러는 침몰해가는 경쟁력의 표출이다. 적자가 더 증대할 수 있다. 불안스러운 것은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 등 소위 아시아의 4용 가운데 한국만이 유독 무역수지가 적자다. 대만은 지난 9월말 현재 무역수지가 흑자 96억1천만달러였다. 우리가 늘상 기준으로 삼는 일본은 흑자 5백44억7천만달러였다. 통상마찰 축소를 위한 흑자축소론이 나오고 있다. 한때 일본을 따라 잡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후발개도국에 여유있는 미소를 짓던 한국경제가 이제는 아시아의 4용중 혼자 낙오병이 되지않나 하는 공포감까지 갖게된다. 무역흑자체제가 붕괴된 것은 이미 누누이 지적된 바와 같이 고임금,고물가,고원화 등 3고현상의 복합작용에 의해서다. 그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비전없는 정치리더십과 청맹과니정책이 엄청난 불로소득. 기업은 수출보다 수입과 내수,근로자는 땀보다 안락,있는자는 과소비와 향락을 선호하는 가치관의 왜곡이 결과했다. 한마디로 수출한국을 구축했던 정치·경제·사회·가치관의 기반이 붕괴된 것이다. 국제환경도 냉전체제 붕괴로 안보여건은 말할 나위없이 개선됐으나 무역환경은 항구적 시장개방 등 더욱 치열해졌다. 우리경제는 3고위에 인력난,수송난,기술난 등 3난을 함께 겪고있다. 이에따라 미·일·EC 등 선진국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또한 주력업종들의 하나인 섬유·신발 등 노동집약산업이 예상보다 빨리 쇠퇴하고 있다. 전자·전기도 기술낙후로 신장률이 괄목하지 않다. 여기에다 우리는 마케팅능력이 취약하다. 수출 7백억달러라고 하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자기상표하나 없다. 한국경제가 살아남을 길은 국제경쟁력 회복이다. 정부는 제조업경쟁력 강화,구조조정 등 중·장기적 대응에 역점을 두고있고 기업은 원화평가 절하,수출금융 확대 등 당장의 자금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범정부적이고 포괄적인 전략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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