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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 새로운 「태평양전쟁」인가(TIME:본지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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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 새로운 「태평양전쟁」인가(TIME:본지특약)

입력
199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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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기습 50주년 앞둔 양국의 오늘/일 경제공세… 미 “오만하다”/서로 치부 경멸… 논쟁잦아/미등 일의 「과거방각증」엔 우려 높기도미국인들은 12월7일을 치욕의 날로 기억하고 있다. 일본인들에 있어 12월8일 그날은 「미즈 니 나가수」 즉 「다리아래 흘러가는 물」로 잊고 싶어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일본인들의 경제적 공세를 다른 형태의 전쟁의 계속으로 간주한다. 일본인들은 단지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탐욕스럽다」는 꼬리표를 붙이려는데 대해 항변한다.

미국과 일본,이 두 사회는 그러나 중요한 한가지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것은 양국 국민 공히 태평양전쟁이 발발한지 50년이 지난 지금 양국이 새로운 형태의 충돌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계층의 미국인들은 요즈음 일본인들이 둔가한데다 오만하기까지 하다고 여기고 있다. 현재 미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일본인들이 차를 몇대 팔고 미국내에서 부동산을 얼마나 사들이느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일본내에서 점차 시장성을 갖기 시작하는 반미 서적류의 동향이다.

미국의 신문잡지 독자들은 「미국에 대한 분노」라고 번역될 수 있는 「켐베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한다. 또 그들은 일본의 문필가 이시하라 신타로가 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과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일본의 베스트셀러에 관한 기사들을 자주 읽는다. 일본의 극작가 이시도 도시로가 『미국에 대해 경멸밖에 할 것이 없다』라고 이죽거렸다라든가 일본의 한 경제학자가 『미국은 결국 제1의 농업국,즉 덴마크의 확대판이 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라는 유의 기사들도 미국인들이 최근 일본과 관련하여 접한 기사들이다.

전 소련 외무부 대변인 겐나디 게라시모프는 이 사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 워싱턴을 방문했을때 『냉정은 끝났으며 그 승리자는 일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처럼 극적이지 못하다. 일본은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10년내에 미국의 GNP를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노후보장이 잘되어 있지 않고 또 성냥곽 같은 집에서 사는 일본인들은 아직도 미국식 생활을 동경한다. 여론조사에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외국인은 오랫동안 미국인 이었다. 지난달 요미우리 신문이 조사한바에 따르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조사대상자의 56.3%가 미국을 꼽았다. 미국인들은 단지 13.5%만이 일본을 꼽았을 뿐이다. 일본처럼 미국적인 것에 담뿍 빠져있는 곳을 달리 찾아볼 수 있을까. 영화,서적,그리고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입는 옷에서 먹는 햄버거에 이르기까지 일본인들은 미국적 스타일에 익숙해졌다.

이런 모든 것이 훼손되지 않은 미국에 대한 호감을 반영하는 것일까. 그 대답은 「노」이다. 미국의 치부에 대해 일본인들은 경멸감을 넘어서 일종의 비애의 심정으로 반응한다. 일본 외무성의 고위관리인 오구라 가쓰오는 『미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실망하는 것이다. 미국의 오늘의 모습은 가족관계는 파괴되고 마약과 AIDS가 횡행하는 사회가 아닌가』라고 말한다.

오늘날 현법에서 전쟁을 부정한 일본은 세계문제에 대해 보다 더 큰 의무를 져야한다는 필요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느렸고 걸프전 와중에서 큰 좌절을 맛보았다. 한 일본의 고위 관리는 『미국은 처음에는 평화주의가 좋다고 말하더니 이제와서는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고 겁쟁이라고 말한다』고 항변한다. 우여곡설을 겪었지만 유엔의 평화활동에 군사요원을 파견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또한 걸프전 당시에 긴장관계를 보였던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다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쌀시장을 개방하도록 하는 미국의 노력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많은 나라들은 일본이 그 막강한 경제력을 이용,과거로부터 빠져나가려는데 우려하고 있다.

19세기 이래 근대화에 매진해온 일본인들은 과거를 직시하는 것이 어렵다. 진주만 50주년 기념식에 대한 한 일본인 관리의 답변은 시사적이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는 그것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가도록 놓아두자』<정리=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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