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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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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벼농사의 경우 연간 논 1㏊당 약 4천1백60여톤 정도의 물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논의 총 면적이 약 1백25만㏊이니까 논농사에 소요되는 물의 총량은 약 52억톤­ 그중 약 12%가 벼가 자라는데에 흡수되고 88%는 증발되거나 지하로 스며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벼농사는 식량생산뿐 아니라 우기의 수량조절,생태유지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연간 약 1천2백㎜의 강우량 중 80% 또는 그 이상이 여름 7∼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에 비추어 논의 이같은 담수능력은 국토 생리의 바탕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의 파괴는 특정 산업의 붕괴나 식량생산의 감량이라는 문제의 차원을 넘어선다. ◆미국의 칼라 힐스 무역대표가 우리에게 쌀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데엔 무역자유화라든지 이른바 공정거래라는 관점이 있겠지만 우리에겐 오랜 생활전통 문제외에 우리 국토의 생태 근본까지 뒤흔들리는 심각한 문제가 걸려있는 것이다. 값싼 미국쌀의 밀려들면 상당수의 농민들이 생업을 이어가기 어렵게될뿐 아니라 많은 논이 휴경을 하게되면 담수능력의 상실로 수방체계까지 교란되는 것이다. ◆한강수계에서 농업이 포기되는 경우 30만㏊의 담수능력이 사라지는 바람에 홍수조절용 제방을 지금보다 3배로 높여도 수해를 막기 어렵다는 농협의 계산도 나와있다. 또한 물이 논에 담겨있는 사이 지하수로서 재충전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그냥 흘러버릴때 용수부족현상도 심화될 수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쌀의 시장개방 문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심각한 환경문제로,인도적 문제로 연결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미국남부의 전원주택의 뒷마당 규모인 3천평 정도에 농사짓는 우리 농촌실태는 「뒷마당 농사」(Back Yard Farming)라고도 지칭되는데 이런 영세농업까지 파괴하는 일도 「공정거래」인지 미측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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