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수출국 반대명분 없다” 당정 수용론 확산/대규모 영농 육성안등 경쟁력 강화에 역점한국과 함께 쌀시장 개방불가를 고수해오던 일본이 미 EC의 끈질긴 공세에 못이겨 마침내 개방으로 방침을 선회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베이커 미국무장관·칼라 힐스 미무역대표 등이 방일기간에 쌀개방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전달한데 이어 던켈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사무총장의 농산물 협상초안이 「예외없는 개방」 쪽으로 정리되자 일본의 완강함이 무너지고 있다. 아직까지 일본정부나 자민당이 입장변화를 공식천명한 것은 아니지만 주요 당정인사들이 개방의 불가피론에 은근히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농림성도 24일 『쌀시장이 개방되면 기업이나 개인이 저렴한 가격으로 쌀농사를 지어 대항해야 한다』는 「정면대처론」을 밝혀 사실상 쌀시장 개방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였다.
일 농림성의 대응방안에는 ▲대기업의 농지구입·영농참여 ▲대규모 영농인육성 등이 포함돼 있어 일본정부가 쌀시장 개방을 전제로한 대처방안 준비단계에 돌입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일본 농림성은 구체적으로 현행 농지법을 대폭 개정해 영농의욕이 강한 농민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는 한편 기업의 농지구입조항을 폐지키로하는 등 실무대책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일본정부의 자세전환은 똑같은 처지이면서 쌀문제 언급자체를 꺼려하는 우리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정부 외에도 다케시타 전 총리·가네마루 전 부총리 등 자민당 실력자들도 최근 『일본이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쌀시장개방 불가만을 주장할 수 없다』며 유화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당정이 모두 대세인정 쪽으로 쌀문제의 가닥을 잡고있는 것이다.
가트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일본으로서는 더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지고 있다고 볼수 있다. 평균 관세율이 가장 낮은 일본은 세계 각국의 관세율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상품수출호조」라는 이득을 얻어왔다. 그러나 일반상품 관세의 인하로 상대적인 손해를 본 미국은 자신들의 우위종목인 금융서비스분야 및 농산물에 대한 무역장벽제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일본의 고민이 시작됐다.
만약 쌀시장이 개방되면 일본쌀이 평균 7배나 싼 미국쌀에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 쌀시장 개방은 결국 일본 농민의 쌀생산 포기 및 식량의 대외의존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그동안 「식량안보론」을 내세우며 쌀시장개방 불가론을 고수해왔던 것이다.
실제 일본 농업인구는 전체인구의 10%에 불과하고 쌀소득이 농업인구소득의 10%에 불과해 수치상으로는 양보할수도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완강함을 보여온데는 「식량문제만은 다른나라에 맡기지 않겠다」는 의식을 갖고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농민표」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도 한몫해 왔다고 볼수 있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국제적인 대세를 좇을수밖에 없으면서도 「완전개방」 보다는 「단계적 개방안」이라는 궁여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안은 우선 5% 범위안에서 외국산쌀에 대해 7백%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조건으로 개방하고 5년후에 완전개방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정부는 5년의 유예기간에 대규모 영농을 육성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나 미국이 단계적 개방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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