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미국하원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의 청문회와 함께 새로운 모습을 띠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무력사용론이 비공식적이고,산발적인 개인의견의 형태로 보도된데 그쳤었다. 그것이 소위 솔라즈위원회의 청문회를 통해 미국의 정책수립 과정에 공개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21일의 청문회에서는 펄 전 국방차관보의 적극적인 무력사용론에 대해 위컴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무력사용은 최종수단이 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적극적인 무력사용론과 신중론의 차이는 위컴이 말한 「최종적」 단계까지 어떤 과정을 어느 정도의 시간표에 따라 거치느냐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낙관적으로 보자면 지금 단계에서 나오는 무력사용론은 하나의 압력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무대의 흥정이 늘 그랬던 것처럼 「압력」은 흔히 최종적 선택으로 실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솔라즈위원회의 청문회는 최종적 선택을 설정해 놓고 달리기 시작한 「시간과의 경주」의 시작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그러한 최종적 선택이 이루어지기 전에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해야하고,또 북한은 그러한 단계에 이르기전에 핵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한시바삐 깨달아야할 것이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테일러 미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이 전해준 메시지는 얼핏 북한의 태도변화로 해석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가 전한 메시지는 주한미군의 핵사찰을 전제로 남북한 동시 핵사찰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주한미군의 핵사찰에 대해서는 전술핵철수이후 허용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사찰 수용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핵개발 자체를 포기해야하고,따라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일러 부소장이 전해온 평양으로부터의 메시지는 이러한 근본문제에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이 설혹 핵사찰을 받겠다고 도장을 찍더라도 어느 정도로 성실하게 저들의 핵시설을 공개하느냐 하는 문제도 남는다. 워싱턴과 서울의 일각에서는 핵사찰을 둘러싼 북한의 행태를 「시간벌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또 이런 관점에서 핵사찰 줄다리기를 「시간과의 경주」로 볼 수도 있다. 북한의 핵개발 포기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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